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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박, 소소한 하루에 닿는 포근한 시선


<Groceries> ©Stella park

Editor comment


스텔라박 작가님이 그리는 세상은 실제로 보는 것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가득 차 있다. 마치 ‘스텔라’라는 이름의 필터를 씌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분명 가본 적 없는 장소와 처음 보는 사람들임에도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 닿아 있는 탓에 괜히 그 장소와 시간이 궁금해지곤 했다. 그렇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담아내서 오히려 보는 이에게는 큰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는 작가님의 말에 큰 공감이 갔다.


비온 후 정말 봄이 왔음이 체감되던 날 만난 작가님과의 대화는 그분의 그림처럼 내내 포근하고 따뜻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색연필로 그 순간만의 빛깔을 흰 종이에 꼼꼼하게 채워나가고 있을 스텔라박 작가님이 걸어가는 길을, 걷는 내내 펼쳐질 풍경을 담을 시선을 응원한다.



Interview



Stella park


"도구 특성상 색을 칠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제가 걸어온 시간을 반추하는 제 그림과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런 매력이 제가 다녀온 곳들과 감정들을 되돌아보고,

쌓아가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쓰게 됐어요."




작가와 작품



안녕하세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색연필로 일상과 제가 다녀왔던 여행 기록들을 담아내고 있는 스텔라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많은 방법 중, 왜 색연필을 선택하셨나요?

대학생 때 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해서 UX/UI, 인터랙티브 디자인 등 디지털로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접해봤어요. 하면 할수록 재미는 있지만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예전부터 손으로 할 수 있다는 안정감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아날로그한 것들이 좋았어요. 아무래도 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많이 말리셨죠. 빨리빨리 화려한 작업을 해낼 수 있는 세상에서 왜 아날로그 방법을? 하시면서요. 그런데도 저는 ‘이런 사람도 있는 거지 뭐’하고 손그림 방식을 고수했었어요.


<Between Spring and Summer> ©Stella park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는 색연필의 매력은 뭘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저분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크레파스같이 흔적이 남는 것이요. 물론 장점이 명확한 도구이지만 손에 묻는 것이 제 성미와 안 맞는 것 같아요.

반면 색연필로 작업을 하면 덜 더러워져요. 도구 특성상 색을 칠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제가 걸어온 시간을 반추하는 제 그림과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이런 매력이 제가 다녀온 곳들과 감정들을 되돌아보고, 쌓아가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계속 쓰게 됐어요.



다른 도구에도 매력을 느끼시나요?

과슈 같이 질감이 조금 다른 것에도 관심이 있어요. 원래도 수채화를 좋아하긴 해서 붓으로 그림을 살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누가 보면 고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색연필이 가장 편안해서 나와 잘 맞는 느낌이에요.


<12:07 pm> ©Stella park




대학생 때부터 그림을 시작하신 건가요?

맞아요. 대학생 고학년 때부터 스트레스를 그림으로 풀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이렇게 본격적으로 할 생각은 없었고, 학교 다닐 때는 중간중간 시간 날 때나 일 끝나고 잠깐 그리는 식으로 시작했던 것이 점점 커지게 되었네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이렇게나 성장하다니, 하하. 기쁘네요.



가장 애정 하는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명함 앞면의 그림이기도 한 ‘Groceries’라는 작품이요. 특별히 잘 그려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파리 여행 때 장 보고 온 것을 그대로 그린 그림이에요. 프랑스 사람들로 치면 이마트에서 장을 본 걸 그대로 그려놓은 거라, 이걸 왜 그리지 싶을 수도 있지만 하하. 저는 일단 외국인의 입장이고, 이런 것들이 저에게는 새로웠거든요. 이 그림을 다시 보면 그 당시의 소음이나 그때의 제 감정이 생생하게 생각이 나요. 그리고 제가 정말 아날로그한 방식인 색연필로도 ‘그림을 그려나가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든 그림이기도 해서 더 애정이 가네요.



이런 그림을 그릴 때는 사진이나 메모가 필수일 것 같아요.

풍경은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주로 일상에서의 기억을 담아 그림을 그려요. 아니면 메모장에 글을 써서 이미지화시키는 편이죠. 사람들을 대놓고 찍을 수도 없으니까요. 하하하. 예를 들자면 ‘노란색 꽃무늬 패턴’, ‘원피스를 입은 여자’ 이런 식으로 메모를 하고 그 기억을 되살려 그림을 그려요.



<Han River> ©Stella park




작가의 가치관


작가님께서 다른 매체와 했던 인터뷰에서 ‘누구나 같은 장소를 그릴 수 있지만, 누구도 같은 감상을 가질 수는 없다’는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인지 작가님의 작품도 작가님의 감상과 함께 들어보고 싶더라고요. 그중에서 저는 비 오는 날 퇴근길을 담은 듯한 작품에 대해 궁금해요.

이 그림도 마찬가지로 제가 봤던 시선을 그대로 담아 그린 거예요. 집에 가는 길목 중에 한 길거리라서 저희 동네 친구들이나 친한 분들은 어딘지 너무 잘 아니까 ‘저길 왜 그려?’ 하기도 해요. 똑같은 여행을 가도 친구랑 제가 찍은 사진이 다른 것처럼, 그림도 마찬가지로 같은 장소라도 그때의 감정이나 기분에 따라 다른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도 십 년 이상을 다닌 길이지만 그날은 유독 그 길이 예뻐 보여서 그렸던 기억이 나요.


<On My Way Home> ©Stella park



맞아요. 동네 분들께는 익숙하겠지만, 처음 이 풍경을 본 저에게는 이 그림이 유달리 눈에 들어왔어요. 그럼, 반면에 순간의 풍경이 그림에 온전히 담아지지 않아 아쉬웠던 경험도 있나요?

들인 시간이 아까울 순 있지만, 그러면서 분명 발전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편이에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작가님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시나요?

거창하게 시작한 게 아니고, 제가 좋을 대로 그리는 그림이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제가 만약 ‘이만큼 그려서, 이만큼 사람들에게 보여 줘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이런 작품들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좋아서 그리면 ‘누군가는 보아주겠지’, 하는 믿음으로 지금까지도 그려오고 있어요.



주로 여행지의 풍경을 많이 그리셨어요. 그래서 코로나 이후 많이 돌아다니지 못해 아쉬울 것 같은데요, 여행 대신 요즘 작가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인가요?

이렇게 여행을 못 가보고 나니 일상이 소중해졌어요. 항상 서울에만 살아서 그동안 저에게는 서울이 너무 식상한 곳이었어요. 건물도 식상하고, 나도 식상하고. 그래서 돈을 악착같게 모아서 여행을 많이 다녔었는데, 코로나가 시작한 뒤에는 놓쳤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며 내 일상의 소중함이 확실히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여행을 못 다닌다는 점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지금은 나를 둘러싼 삶이 예뻐 보여요. 동네 산책하는 강아지마저 예뻐 보이고 그래요. 하하.


<Lovely Apple> ©Stella park



공감이 많이 가네요, 하하. 어쩌면 개인적인 경험담을 담은 그림일 수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어떤 이유에서라고 생각하시나요?

흔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색연필을 사용하지만, 이렇게나 고집스럽게(웃음) 사용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저 사람 뭐 하는 사람이길래(저렇게 색연필로 꾸준히 그림을 그리지)’, 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해요.

그리고 저는 여행을 가도 랜드마크만을 그리지 않아요. 예를 들면 파리에 가면 에펠탑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시선에 담기는 소소한 것들을 그리는 거죠. 이런 요소들이 다른 분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나 싶어요. 저기가 외국이긴 한데, ‘저기가 어디지?’ 하는.



장소를 궁금해하시는 분도 많을 것 같아요.

맞아요. "나 프랑스인인데, 여기는 어디야?" 하고 묻는 해외 분들의 DM이 오기도 해요.




<Dec 2020> ©Stella park



작가의 성장



작가님이 운영하고 계신 블로그도 보았어요. 프리랜서 작가의 고충을 담은 이야기가 인상 깊더라고요. 작가님이 프리랜서 작가로서 좋았던 날들, 힘들었던 날들의 경험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일러스트레이터는 많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주변에 조언을 구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에요. 혼자 개척해나가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모든 것을 나 스스로 정하고 관리해야 하니 여차하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프리랜서 작가로서 좋은 부분이 있다면요?

초반에는 아무래도 내가 대단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잡지나 앨범 아트 같은 곳에 쓰이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분야에서 제 그림이 활용될 수 있다는 걸 새롭게 배워갔다는 점이 좋았아요. 점점 그림이 길을 열어주는 느낌? ‘내 그림이 이렇게도 쓰일 수 있구나’하는 것을 알아가는 거죠.



아무래도 초반보단 본인의 성장이 많이 느껴지겠어요.

확실히 그래요. 대학 고학년 때부터 아이들 미술을 가르치는 일을 했었어요. 그때의 경험이 좋은 점도 있었지만, 저와는 맞지 않는 직업이라 그 당시 저는 막연히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동경이 있었죠. ‘저게 더 내게 맞는 길인 것 같은데, 왜 나는 이렇게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일을 그만두었어요.


그러니까 돈도 끊기고, 애들을 보러 나갔던 일상마저 사라지니 ‘너무 철이 없었구나, 같이 겸업할 수 있었는데 왜 그랬지?’하고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어요.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지금 더 편안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사실 프리랜서가 한 번에 많은 돈을 얻을 수는 있지만 꾸준한 수입을 내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이런 고민들이 많이 있을 거예요. 그래도 그런 고민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지금 더 편안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에게 제 감정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5:25 pm> ©Stella park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나요?

저는 책을 내보고 싶어요. 상투적인 책들 말고, 제 발자취를 일기처럼 남겨 그림책의 형식으로 출판을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제가 여행을 다니며 느꼈던 것들을 글도 함께 남기고. 풍경도 좋긴 하지만 그때 그때의 영수증이나 버스 티켓과 같은 일상을 남겨보고 싶네요.



마치 그림으로 보는 V-LOG 같아요.

맞아요. 그런 느낌으로 나와준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어떤 작가로 기억에 남고 싶은가요?

재밌으니까 보러 오는 그림이면 좋겠어요. 이 사람 그림을 보면 편해지니까, 쉬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그림. 그렇지만 내 이름은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TMI PARTY 🤹‍♂️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나 블로그에서 판매하셨던 엽서는 추가 판매 계획은 없으신가요?

새로운 그림들로 채워서 제대로 엽서북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제가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모아 엽서를 제작했다면, 지금은 컬러를 정해 낸다던가, 계절감에 맞게 구성을 해보는 등의 도전을 해보고 싶네요. 아직은 생각만 있어요.



©Stella park



가장 좋아하는 색이 궁금해요. 아무래도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햇볕을 담아낸 색들일까요?

사실 전 블루를 제일 아껴요. 빛 같은 경우는, 초반 그림에서는 빛 표현이 많이 없는데, 작년부터 빛도 그려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그림에서 표현하게 되었어요. 한번 제가 만든 틀을 깨고 나니 그 이후로는 계속 빛 표현을 하게 되더라고요.


<Sunset, June light> ©Stella park




그림으로 일상을 자주 그리 듯이, 실제로 일기를 자주 쓰시나요?

네 맞아요. 어릴 때부터 일기를 매일 써왔어요.



그럼 들고 다니면서 쓰는 공책도 있나요?

맞다. 종이들을 실로 엮어서 다니고 있어요... 하하.



완전 아날로그 방식이네요! 그러고 보면 색연필 그림은 보관이 힘들 것 같아요. 변색 위험도 있고.

A4 플라스틱 파일에 한 장씩 꽂아두면 빛이 차단되어 상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보관하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 작가님이 가고 싶은 여행지가 궁금해요.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전에는 유럽이었는데 요즘에는 오히려 아시아가 너무 가고 싶어요. 예를 들어 홍콩. 전에는 정신없고 복잡한 느낌 때문에 놀랐는데, 지금의 시야로 보면 다를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또 자연이 좋아져서, 호주라거나. 드넓고 자연이 가득한 곳에 가고 싶어요. 못 보던 동물들도 많을 거고, 새로운 것들을 그림에 많이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In The Bus> ©Stella park


새로운 것을 그리는 게 부담이 되지는 않나요?

딱히 그렇진 않아요. 부담이 되지는 않지만, 전에는 좋아서 그렸다면 이제는 직업이니까 힘들 때 이 그림이 ‘돈이 되는 느낌인지’ 재게 될 때 스스로 허무함을 느낄 때가 있죠. ‘난 이런 사람이 아닌데 왜 이렇게 그리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 때는 있었어요.



요즘에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외국 북미 쪽 <포켓 코믹스>라고, 웹툰을 기반으로 하는 곳인데, 올해부터 유튜브를 열어서 애니메이션도 올라오고 있어요. 저는 스토리보드에 따라 레이어를 따서 보내 드리고, 움직일 수 있게 작업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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