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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캐, 귀여움과 기괴함의 공존


<Pasta Timer> artwork ©lee.jang.kae

Editor comment


"저는 마냥 좋은 그림보다, 어느 정도 불쾌하지만 알 수 없이 끌리는 게 더 매력 있는 것 같아요."


장캐 작가와의 인터뷰를 마치고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말이다. 일반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것들을 귀엽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투는 사뭇 진지했고, 그 취향은 고스란히 작품세계에 반영 되어 있었다.


귀여운 동물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안에 '진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밀려오는 기괴함. 장캐 작가는 유쾌한 아이디어로 이러한 귀여움과 불쾌함 사이, 그 미세한 간극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이런 재밌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해 장캐 작가와 직접 만나보았다.




Interview



장캐


"누군가는 불쾌해도 좋고...

제 작업물을 보고 ‘뭔지는 모르겠는데 왠지 모르게 좋네’

이 정도였으면 좋겠어요."




작가와 작품



안녕하세요, 장캐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장캐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장캐’라는 활동명의 뜻이 궁금해요. 어떤 뜻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활동명에 큰 뜻은 없어요. 본명이 이강재인데, 처음에는 강재에서 ㄱ과 ㅈ를 바꿔 사용하려 했었어요. 그런데 발음을 잘못하면 욕처럼 들리길래 영문으로 하면 Kang Jae니까, k와 j를 바꿔서 장캐라고 사용하게 되었네요. 하하.



요즘은 작품 활동이 뜸한 것 같아요!

제가 지금은 4학년이라 따로 개인 작업을 하기보다는 졸업 준비에 집중하고 있어요.



작가님이 가장 애정 하는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sofa people’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 작품은 처음으로 캔버스에 크게 그린 그림이라서 애착이 많이 가요. 작품명은 딱히 먼저 생각하진 않는 편이고 업로드할 때나 주변에 공유할 때 제목을 짓는 스타일인데, 이 작품도 소파에 앉아 있는 그림이라 ‘sofa people’이라고 지었어요.


<sofa people> ©lee.jang.kae




이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떤 외국 분께서 메일로 본인의 갤러리에 제 작품을 걸고 싶다고 요청을 주셔서 그분이 원하는 크기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해서, 바로 요청을 수락하고 반 이상을 그렸는데.. 연락이 두절되어서 아쉽게 끝났었어요.



지금은 그 작품이 어디에 있나요?

방에 걸어 두었는데, 작품과 침대와 마주 보고 있어서.. 좋던 싫던 자기 전에 항상 눈을 마주치게 되네요. 하하.



디지털 작업보다 오일 파스텔을 이용한 작업물이 두드러지게 많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오일 파스텔이란 건 아예 몰랐었어요. 낙서를 좋아해서 연필이나 색연필을 많이 쓰곤 했는데, 어느 날 과제 때문에 도구를 고민하다 과실에 있는 둘리 24색 크레파스가 눈에 띄길래 그걸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던 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는 과정도 즐거웠고, 결과물도 주변으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었죠. 크레파스를 계속 사용해서 그리다 보니 오일 파스텔이란 것도 알게 되고. 그때부터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게 되었네요.



오일 파스텔을 사용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2년이 채 안 되었어요.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까진 다른 도구보다는 오일 파스텔에 집중하고 있어요.


<36 run> ©lee.jang.kae




색감을 표현하실 때 신경 쓰는 부분이 궁금해요.

색감을 어떻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기보다는... 핑크색을 필수적으로 많이 쓰는 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오일 파스텔은 특유의 텍스처가 드러나는 도구인데, 종이에 그 텍스처의 흔적이 안 남을 때까지 두껍게 밀어버리고는 해요.



작가의 가치관



작가님만의 작품 세계관이 궁금해요.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따로 있던데, 이유가 있나요? 범상치가 않아 보여요.

처음부터 '어떤 세계관을 구축해야겠다' 하고 그린 것들은 아니에요. 저는 완전한 판타지 세계에서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요소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오히려 현실에 실제 존재하는 것들인데, 이런 것들을 조합했을 때 느껴지는 이질감이나 낯섦이 더 매력 있다고 생각되더라고요. 그래서 제 초기 작품들은 부분 동물 탈을 안 쓰고 있고, 옷도 정상적으로 입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총을 들고 있다던가, 팬티만 입고 있는 등의 요소로 우리가 평소에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범주에는 들어있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리고 제 캐릭터들 대부분이 통상적으로 예능에서 ‘아저씨 몸매’라고 해서 놀림의 대상이 된다던가.. 선호하지 않는 몸이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몸을 가졌을 거란 말이에요. 그런 소재가 그림에서 보였을 때 재미있다고 느낀 것 같아요. 누군가는 불쾌해 하기도 하는데, 저는 마냥 좋은 그림보다, 어느 정도 불쾌하지만 알 수 없이 끌리는 게 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동물 탈’이라는 요소는 어디서 출발하게 된 것인가요?

탈 같은 경우는, 실제 사람이 쓰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비둘기 머리도 실제 비둘기가 아니라, 비둘기 탈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죠.

제가 고등학교 때 영화 ‘샤이닝’을 보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토끼 반신 슈트를 입은 사람이 유사 성행위를 하는 상상이 짧게 지나가요. 저는 그 장면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더라고요. 토끼는 평소 귀여운 존재인데,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더욱 기괴하게 느껴지는. 아예 괴생물체 같은 경우는 판타지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귀여운 탈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의 ‘사람’이 주는 기괴함이 더 인상 깊었어요. 현실에 존재하기에 더 기괴한 인상으로 남는 것 같아요.


<panda, dolphin, dog> ©lee.jang.kae



아이디어 구상부터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의 과정도 궁금해요.

저는 주로 집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일본 코미디나 해외 밈을 좋아해서 자주 즐겨보는 편이에요. 평소에도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이런 것을 그리면 재밌겠다’ 싶은 것들을 주로 메모를 해 놓죠. 그리고 작업에 들어갈 때 예전에 생각했었던 재미있던 소재를 스케치해서 그리는 편이에요.


그래도 머릿속에서 재밌겠다고 생각하는 이미지와 직접 표현했을 때 그려지는 이미지로 항상 살아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레퍼런스를 찾거나 계속 수정을 거듭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마음에 들면 본 작업으로 넘어가요. 그때부터 다시 스케치 하고, 작업해서 스캔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해요.



그럼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그림 사이즈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일 파스텔로 순수하게 작업을 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요. 길어야 3일? 그전에 뭐가 재밌을지 구상하는 시간이 긴 편이네요. 보통은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2주 정도를 잡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려야겠다 생각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동생과 함께 A4용지를 유희왕 카드와 같은 크기로 잘라 나만의 몬스터를 그려본다거나, 친구한테 빌린 교과서에 낙서를 한다거나 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좋아하면 미대를 가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면 또 좋아하는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네요. 작업 계정에 대한 생각도 2년 전부터 했지만, 작년에 휴학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앨범 아트도 많이 작업하셨어요.

처음에 친구 중에서 음악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제 작업 계정을 다른 분들에게 소개를 해주어서 맨 처음 앨범아트 작품으로 '연패행진' 아트워크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이 작품이 제가 최초로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겠구나’라는 감정을 줬던 작업이에요. 그 이후로도 꾸준히 이분들이랑 하게 됐어요.



<연패행진> artwork ©lee.jang.kae

<Jurassic Girl> artwork ©lee.jang.kae




작가의 성장



최근에는 블렌더로 작업을 많이 하셨어요. 블렌더가 학교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는 툴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따로 배워서 작업을 하신 건가요?

보통은 캔버스나 종이 같은 평면에 그림을 그리잖아요, 저는 제 작품을 3D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맨 처음에는 지점토로 나름대로 만들어봤어요. 재밌긴 했는데, 그래도 활용가치가 있는 것은 디지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저희 학교에 ‘3D 창작터’라는 곳에서 이벤트 공모전이 있었고, 3D를 좋아하는 주변 형이 같이 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그때부터 3D 작업을 배웠던 것 같아요.

그때 주제에 시립대학교 상징 동물인 ‘장산곶매’라고 하는 매가 있었어요. 제 나름대로 생각을 해서 ‘장산곶맨’을 만들었죠. 그런데 막상 공모전에 떨어지니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라고요... 귀엽잖아요? 그래서 이에 대한 반감으로 학교 영문 명이 ‘UNIVERSITY OF SEOUL’인데, 그대로 사용하면 혹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제일 비슷한 단어를 찾아서 ‘UNIVERSALITY OF SOUL’이라는 말로 바꿨어요. 자체적으로 만든 학교 굿즈 같은 거죠. 그래서 개강을 하면 입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비대면이라서 아쉽게 되었네요.


<장산곶맨> ©lee.jang.kae




또 도전해보고 싶으신 3D 작업이나 작품 계획이 있나요?

저는 사실 3D 작업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스스로가 코딩이나 편집 디자인과는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제게 재미가 없어요, 오로지 그림 그리고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3D 작업물 보다는 지금 제가 졸업을 준비하면서 작업하고 있는 작품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최근에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게시글이 그 작업에 대한 스케치인데, 인물은 오일 파스텔로 그리고, 배경은 좀 다른 것으로 해보고 싶어서 에어브러시를 사용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오, 기대되네요! 그럼 작품 주제는 어떻게 되나요?

우리가 흔히 옛날 집에 가보면 가족사진이 있잖아요. 뒤에 배경을 보면 요상한 그라데이션이 있고, 두꺼운 액자에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특유의 포즈 등... 이런 가족사진을 떠올려봤어요. 캔버스도 사람들이 주로 가족사진용으로 주문하는 사이즈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것과 비슷한 사이즈의 캔버스를 구해서 가족사진을 그리고 있어요.


같은 구조로 3D 모델링 작품을 만들고, 같은 구도로 지점토로 조각을 하는 등 똑같은 구도로 같은 그림을 다른 매개체를 통해 제작해 볼 생각이에요.



이렇게 작업하시면서 생긴 개인적인 목표가 있을까요?

장기적인 목표는 딱히 설정을 안 해놨지만, 학교에서 자주 외부에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을 모시는 워크숍을 하고 있어요. 가서 보면 그분들이 정말 멋있더라고요. 저도 언젠가는 워크숍으로 우리 학교에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럼 초청될 때 본인이 어떤 수식어로 초청이 되었으면 좋겠나요?

그냥 재밌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저는 그림 그릴 때 제 성격 자체가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그런 성격은 아니거든요. 되게 모호하고 안에 있는 생각도 많아서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냥 ‘감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딱 무엇이라고 말을 하기에는 어렵고, 그냥 여러 가지 감상이 드는 그림? 누군가는 불쾌해도 좋고... 제 작업물을 보고 ‘뭔지는 모르겠는데 왠지 모르게 좋네’ 이 정도였으면 좋겠어요.




<unicorn, pigeon, cat> ©lee.jang.kae




TMI PARTY 🤹‍♂️



작가님의 작품을 세 가지 키워드로 말해주세요.

불쾌함, 귀여움, 재미


작가님께서는 미술 쪽을 전공하셨나요?

시각 디자인 전공입니다!


실제로도 비둘기가 귀엽다고 생각하시나요?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왜죠?!) 귀여운 동물은 되게 많기는 한데, 저희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은 강아지, 고양이, 비둘기, 참새 이 정도 잖아요. 비둘기는 그런데 옆에 있어도 안 도망가요. 길거리, 횡단보도 심지어 지하철에서도 볼 수 있는 친구들인데 뒤뚱뒤뚱거리면서 걷는 게 자세히 보니까 귀엽더라고요.


그리고 애들이 다리만 써서 그런지 빠르게 걷더라고요? 한 번은 걷는데 분명 나란히 걷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비둘기가 저보다 빨리 걷고 있었어요. 보폭도 나보다 훨씬 짧은데... 새 특유의 고개를 갸웃하는 것도 귀엽고... 그러다 보니까 계속 보게 되고, 그런 점이 귀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Pigeon cute club> ©lee.jang.kae




작품 속 배불뚝이 털보 인간 되기 VS 비둘기 되기

저는 그래도 사람을 고르겠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화장실에 포스터를 둔 사진이 인상 깊었어요.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게 되었나요?

MFM 포스터를 만들게 된 적이 있어요. 샘플을 받아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제가 옥탑방 원룸에 거주해서 배경이 별로더라고요. 그럴 바엔 차라리 화장실에 놓는 게 낫겠다 싶어서 놓게 되었어요.



작가님은 쉴 때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게임을 안 해서 그냥 쉴 때는 학교 주변을 산책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많이 봐요.



그럼 따로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요?

저는 사람 붐비는 것을 안 좋아해서. 시립대 배봉산 쪽에 사람이 많이 없어서 자주 다니곤 해요.





#장캐

#장캐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