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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진지하지만 사랑스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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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comment


'이름 없는 고양이'라는 필명에 걸맞게, 이고 작가님의 그림은 유유자적한 삶을 지향하는 작가님의 이름과 닮아 있다. 폭신한 구름을 이어놓은 것만 같은 사랑스러운 그림체로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품에서는 작가님만의 통찰력 또한 엿볼 수 있다.

특별히 드라마틱 하지는 않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삶의 모양처럼,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가진 저마다의 퍽 진지한 고민들은 언젠가의 나와도 비슷했다. 그래서인지 더 애정이 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그 속에서도 또렷하게 빛나는 긍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위로가 되었다.

early의 다섯 번째 인터뷰에서는 진지함 이면에 있는 위트, 위트 속에서 느껴지는 진지함을 그려내는 이고 작가님과의 담백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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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달콤쌉싸롬한 초콜릿처럼 좋은 것들에는 한가지 측면에서

단정지을 수 없는 층위가 있다고 생각해요.

항상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작가와 작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이고라고 합니다. 주로 만화와 캐릭터 일러스트레이션, 팬시한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작가님 소개를 찾아보니 ‘적당히 귀엽고, 적당히 진지한 이야기를 찾아 매일 고군분투하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에 집착한다’는 표현을 볼 수 있었어요. 어떤 뜻인지 소개해 주세요!

포지셔닝과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달콤 쌉싸롬한 초콜릿처럼 좋은 것들에는 한 가지 측면에서 단정 지을 수 없는 층위가 있다고 생각해요. 항상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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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그림의 주인공들은 둥글둥글 모난 곳 없이 부드러운 느낌의 작화로 이루어져 있어요. 지금의 그림체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주세요.

그림체는 결국 타고난 성향과 닮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유연하고 부들부들한 느낌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렇게 인풋과 아웃풋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레 스타일이 완성되었습니다.


주로 영향을 받은 작가로는 장자크 상뻬, 피너츠의 찰스 슐츠, 틴틴의 에르제가 있습니다. 반면에 이번 작품 <나의 BB>에서는 동아시아권의 순정만화 코드를 많이 반영했어요. 영미권의 그래픽적인 스타일과 일본의 서정적 스타일을 조합하는 것이 낯설기도 하지만, 저의 본질적인 지향점들을 자연스럽게 대치하는 과정이라 변화의 추이가 저 역시 흥미로운 거 같아요.



손그림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이 참 좋아요. 마카를 주로 사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외에도 사용하시는 재료가 있으신가요?

단순한 공정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마카 드로잉 기반에 연필, 색연필, 펜을 조합해 사용합니다. 플랫한 이미지를 원할 때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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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핑팡퐁>이 첫 단행본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과정으로 출간을 하시게 되었나요?

어떤 핑팡퐁은 캐릭터 브랜드 핑팡퐁과 연동하여 만든 콘텐츠입니다. 에피소드 단위로 SNS에서 연재한 후 전체를 묶어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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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BB>에서 BB와 J가 춤을 추는 장면이나, 작중 BB가 흥얼거리는 허밍 같은 장면을 보다 보면 눈으로 듣는 ASMR같은 느낌이 들어요. 생동감이 넘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으신가요?

움직이는 순간을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동세가 자연스러우면 읽는 과정에서 영상을 보듯 자연스럽게 빈 공간을 채워 몰입하게 되니까요. 그런 연출들이 가지는 장점인 것 같아요.


작가님이 가장 마음에 드는 <나의 BB> 한 장면을 뽑자면 어떤 장면일까요?

BB가 면접을 마치고 나와 캠퍼스를 내려다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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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핑팡퐁>과 <나의 BB> 모두 동물 캐릭터가 주인공이에요. 꼭 사람보다도 더 진짜 사람같이 표현하시는데, 동물 캐릭터가 작가님 작품의 주를 이루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두 작품 모두 일종의 현대 우화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을 동물로 표현했을 때 인간의 속성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습니다. 모든 캐릭터는 사람이고 그에 어울리는 동물로 인식된다는 설정입니다.

작가의 가치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작가님의 캐릭터들은 항상 빛이 나는 것 같아요. 서툶과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를 특히 잘 표현하시는 것 같은데 이러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성장할수록 현실적인 능력은 상향되지만, 그 과정에서 순수가 희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 아이러니를 그리고 싶었어요. 순수와 성숙, 아이와 어른, 현실과 이상의 대비는 제 모든 작품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모든 존재에게는 그런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위에서 캐릭터가 어떤 마음을 품는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이불을 한 번에 올려 천천히 펼치듯, 차분하게 관조하면서 자연스러움이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편입니다.


가벼운 듯하면서 삶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야기로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위로받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평소에 삶에 대한 가치관을 듣고 싶어요.

자연스러움. 애쓰지 않음. 있는 그대로를 인식하는 것.



작가의 성장



처음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연재를 시작하셨어요. 시간이 흘러 지금은 단행본도 여러 회 출간하셨고, 작가님의 책이 베스트셀러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해요. 이고 작가님은 언제 본인이 작가로서 상장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나의 BB 출간 시기. 독자적인 연출 방식에서 작은 성과들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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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당근이’ 캐릭터 디자인을 하셨어요. ‘당근이’는 지금까지 이고님 작품에서 만나던 캐릭터보다 감정이나 모션이 더 풍부하게 느껴져요. 당근이의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서는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두셨나요?

입체적이고 유연한 동세 표현을 중점으로 두었습니다.


이고 작가님이 살면서 했던 경험 중, 일러스트레이터의 길을 걷는 데에 정말 도움이 되었던 경험을 소개해 주세요.

어린 시절 다닌 그림방. 작은 언덕에 있는 별장같은 곳이었는데, 그리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었고 각자 그림 마친 후 다같이 모여 보드게임을 하고 마당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간식을 먹기도 했어요. 그때는 매일 주말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설렘들이 그림이 어려운 순간에도 버팀목이 되어준 것 같아요.


향후 작업에 대한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화 시리즈를 한편 더 작업할 계획입니다.



작가님은 어떤 사람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나요?

고요함.



TMI PARTY🤹‍♂️



핑이, 팡이, 퐁이, BB와 J 등등 쉽게 기억되는 이름이 많은데, 작가님이 캐릭터 이름을 짓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듣는 순간 만들어지는 직관적인 뉘앙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름은 이름일 뿐인 거 같아요. 뉘앙스는 사라지고 그저 존재로 인식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이름은 가볍게 지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핑팡퐁'은 캐릭터 브랜드와 연동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었고, 'BB와 J'는 우화로서 익명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니셜 형태로 기본을 잡고, 약간의 팬시함을 보완하여 'BB'로 작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니셜의 느낌과 캐릭터의 느낌을 적절히 배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고님의 뜻이 ‘이름 없는 고양이’라고 들었어요. 고양이를 좋아해서 지은 이름인가요?

말 그대로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고양이를 의미합니다. 이른 오후에 골목 사이에서 햇살을 쬐며 낮잠을 자는 고양이를 보고 지은 이름이에요. 누군가의 호명과 상관없이 나는 그대로 괜찮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유유자적 살아가는 저의 가치관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름에서 오는 뉘앙스가 저의 서정적인 지향점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고양이를 키우고 있기도 합니다.



이름에는 고양이가 들어가는데, 캐릭터에는 왜 토끼가 가장 많나요?

이번 작품은 토끼였지만,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을 그릴 생각이에요. 기대해 주세요. :)



진지한 성격이라고 하셨는데, 언제 가장 진지해지는 것 같나요?

당연히 그림을 그릴 때가 아닐까 싶어요. 그 외의 경우에는 가능하면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웃기거나 수줍음 많은 사람을 만날 때도 그들의 가장 진지한 순간을 상상해요. 아마 그게 그 사람의 진가일 테니까요.


누군가 저를 대할 때 진지함 이면의 위트, 위트 이면의 진지함을 알아봐 주면 기쁠 거 같아요.


작가님이 만든 캐릭터 중 가장 애정 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어떤 캐릭터인가요?

주인공이었던 BB와 J 그리고 핑팡퐁이 되겠지요.


작가님의 작품에서의 캐릭터들 중 작가님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글쎄요. 작가의 개인성은 다양한 캐릭터에 적절하게 분산되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에서는 특정 배우를 페르소나로 배치해 감독의 퍼스널리티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림 하나하나에 작가의 취향이 드러나는 만화에서는 작가의 개인적 욕망이 작품 전체의 목표를 흔들지 않도록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힙니다. 오히려 그것을 잘 숨겨 층위를 만들어내는 것이 작가의 일이 아닌가 싶어요. 아무런 사심 없이 BB가 되고 J가 되었다가 다시 할미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연재 전과 후의 삶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나요?

희미했던 것들이 선명해지는 과정. 삶이 그런 것 같아요. 작품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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