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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 작가 인터뷰] 그림도 삶도 '나답고, 당당하고, 낭만적이게'

최종 수정일: 11월 24일



Editor comment

자유롭기 위해서는 계획적일 필요가 있다. 언뜻 봤을 때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유롭게 살아가는 작가 아방에게 있어서 당연한 말이다. 매번 구체적인 목표 리스트를 만들어 '도장 깨기'하듯이 일 년을 살아간다는 아방 작가는 10년 동안 매일 같이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연구하고, 고민하며 작가로서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브랜드 협업, 전시, 클래스, 책 출간 등,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아방의 '지금'은 어떠할까? 오늘 인터뷰에서는 아방의 고민과, 지금 시작하는 창작자를 위한 (정말 중요한...!) 조언까지 담아 보았다.



©아방





예전에는 프로필에 '유쾌, 위트, 낭만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소개말을 사용하셨죠. 요즘에는 작가님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나답고 당당하게, 낭만적이고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저의 모습을 담아 경쾌한 색감으로 풀어내는 작가 아방입니다. 솔직한 감정이 ‘제 모습’이라 생각해 그림에 담아내고 있어요.


작품 초기부터 꾸준히 비대칭하거나, 무표정을 한 인물들을 그리셨어요. 방금 말씀해 주신 작가님의 솔직함이 반영되어 있는 걸까요? 기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관념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이 엿보여요.

보통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생김새가 어때야 한다든지, 몸매는 이래야 한다든지. 제 그림은 이런 정의들을 당연하지 않게 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어요. 또, 생김새로 인해서 이 사람의 성향과 내면적인 부분까지 추측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 표정도 드러나지 않게 표현했죠.


©아방





그림의 색감이 밝은 이유도 그런 다양한 삶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본다는 의미일까요?

사실 저는 어둡고 진지한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성향이라, 색감을 밝게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 그림도 밝았으면 하고,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그런 밝은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거든요.

원래는 색감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안 썼는데 요즘 제 작업에서 특히 신경 쓰고 있어요. 예전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니 어쩌다 밝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제 그림이 색감으로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Gucci beauty ©아방




오늘 인터뷰는 작가 아방의 시작과 현재, 미래로 나눠 이야기를 나눌까 해요. 가장 먼저, 20대 중반 회사에서 나오게 됐을 때로 돌아가 볼게요. 그 당시에는 꼭 이루고 싶었던 목표가 있어서 퇴사를 결심하셨던 걸까요?

아하하. 아니요. 저는 그런 성격이 아니에요. 더 이상 ‘이 일은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바로 나오게 됐어요.


처음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 당시 작가님을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무엇이었나요?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던 게 맞는데, 사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흐릿해요.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힘듦은 ‘불확실성’이었어요. 그때는 일단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렸다 보니 희뿌연 연기가 가득한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내가 이 일로 돈을 한 푼이라도 벌 수 있을까?’, ‘누가 나에게 일을 맡겨 줄까?’ 이런 확신이 없었으니까요.



그런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작가님께 불을 밝혀준 경험은 무엇이었나요? ‘이 일, 계속해도 되겠구나’하는 경험이요.

어느 순간부터 일이 계속 들어왔어요.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노력과 운. 이 두 개가 따라줬다고 생각해요. 쉽게 말하자면 저 혼자 계속 ‘삽질’을 하고 있다가, 운이 오고 난 뒤에 물꼬가 탁 트인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뒤부터는 쉬워요. 계속 일만 하면 되거든요.



#abang_nights ©아방




계속 노력했기 때문에 운이 왔을 때 잡을 수 있었군요. 그렇지만 ‘불확실성’ 때문에 그 노력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 단계에서 다시 회사나 다른 길로 돌아가기도 하고요.

그렇죠. 그런데 제 성향을 생각해 보면, 저는 무언가를 할 때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더라고요. 어떤 일을 도전할 때 항상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저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어요. ‘이 일이 안됐을 때는 이렇게 대비를 해야지’하는 생각을 안 해요. 덕분에 미리 대비하시는 분들에 비해 시행착오가 좀 많은 편이죠. 안 됐을 경우를 아예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자신감이 많다기 보다 일단 시도해보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아, 그래서 재작년에는 그림 외의 작업들에도 열중하셨던 걸까요? 타투이스트, 영상 편집, 큐레이팅 등등 많은 도전을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그 당시에 제가 ‘올해는 일을 덜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기회에 오히려 그동안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다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림만 그리기에는 내 재능이 아깝지 않나?라는 생각도 함께 있었고요. 하하. 연초에 시작해서, 6~7월까지만 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이때까지만 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럼에도 다시 지금, 그림에만 전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분명 제가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었고, 좋아하던 일이었는데 어느정도 수준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시간이 점점 아까워졌어요. 사실 어떤 일이든 잘하려면 시간이 걸리잖아요. 시간을 들여서 열중하고,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왜 이렇게 됐을까 개인적으로 연구도 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때 알게 된 거예요. ‘아, 내가 시간을 다 투자하고, 대가가 돌아오지 않음에도 계속할 수 있는건 그림밖에 없구나.’ 그래서 지금은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프리랜서로 산다는 게 일이 있고 없을 때 편차가 무척 심하지만, 다른 일로는 이렇게까지 대가 없이도 열정을 다하기는 어렵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아방 작가님이 활동하신지 거의 10년이 되었어요. 요즘같이 고용시장도 굉장히 불안정한 이때, 10년이란 시간이 정말 크게 느껴지는데요.

저 사실 요즘에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계속 많은 분들이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고, 저는 10년을 작업했다고는 하지만 계속 스텝업을 하지 않으면 1년을 작업한 사람과도 언제든지 맞먹을 수 있으니까요. ‘작가로서의 수명이 여기까지 밖에 안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최근 몇 달 전에 느꼈어요.


작가님께도 이런 고민이 있을지는 몰랐어요. 그런 마음은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매번 제 구체적인 목표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도장 깨기’하듯이 1년을 살아요. 그냥 기분 가는대로 일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게 계속 작가 활동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시면서 처음에 그림을 그릴 때와 요즘에 그림을 대할 때의 마음이 달라지기도 했을 것 같아요.

달라진 점은 이제 그림이 ‘일’이 됐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여행 가서 자유롭게 드로잉하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이게 일이 되니까 잘해야 하고, 잘하고 싶고, 그러다 보니 진짜로 제가 사랑하는 것은 뒷전이 되면서 드로잉 할 시간도 없어지는 게 슬프더라고요.



<Two names of beauty> 전시 그림 ©아방




그럼, 작가님이 정말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이 도피처여서, ‘도피로서의 그림’을 사랑했는데, 일이 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도피처가 아니게 됐어요. 그때부터는 ‘내가 정말 사랑한 게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그림을 그리면서 몸이 계속 좋지 않았어요. 사실 그냥 소소하게만 그림을 그리면 몸을 망치지는 않거든요. 그럼 이전처럼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려서는 안 되는 걸까? 몸이 망가지더라도 하는 게 사랑일까, 아니면 내가 이걸 놓아버려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이런 끝없는 생각들이 계속 이어졌어요. 매일 울었죠, 생각하면 슬프니까요.


그런 힘든 시기가 지나고, 지금은 좀 단단해지신 것 같나요?

단단해졌다기보다... 그렇게 매일 힘들어하다가 바로 전시가 잡혔어요.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고, 지금은 그냥 그 생각을 잠시 접어둔 상태인 거죠. 그때부터 준비한 전시가 바로 지금 비스타워커힐에서 하고 있는 전시, <The Mooood I love>예요. 이번 전시에 방금 말씀드린 제 생각들이 담겨있어요. 11월 20일에 작품이 바뀌면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The mooood I love> 전시 포스터 ©아방



작가님이 그림과 10년 가까이 천명 가까이 되는 수강생을 만나며 노하우도 많이 쌓이셨을 것 같아요. 베테랑 선생님인 아방 작가님이 수강생분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제 수업에서 얻어 갈 수 있는 건 바로 ‘자신감’이에요. 그렇다고 수업에서 직접적으로 자신감을 가지라고는 잘 안 해요. 자신감은 그리면서 생기는 거니까요. 그리고 저는 그리고 싶은 게 아니면, 하지 말라고 얘기해요. 잘 못할 것 같은데 억지로 그리면 스트레스 받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을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온 거니까요.


각각 멤버분들에게 수업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겠어요. 혹시 뭔가 그림을 한 장 완성하기 어려워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떤 처방을 하시나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완성이라고 생각하면 완성이라고 해요. 그런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완성이 아닌 것 같다면 더 하는 거죠. 그것조차 모르겠다고 하면 레퍼런스를 찾아보고, 이게 왜 완성 같은지 생각해 보라고 얘기해요. 또는 이 그림을 돈 주고 팔았을 때 부끄럽지 않을지 물어봐요. 내가 볼 때는 아니더라도, 그 친구가 볼 때 완성인 것 같으면 완성인 거죠.






20대 중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10년이 지난 아방 작가님이, 이제 막 회사를 나와 자신의 길을 걸어가려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부럽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이제 막 시작한 거라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려나가기만 하면 되잖아요. 그러니까 스트레스 받으며 더 잘하기 위해서 애쓰지 않고, 온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굳이 어떤 말을 해야 한다면, 내 값을 너무 깎으면서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어깨랑 등 근육같이 뒤쪽 강화 운동을 많이 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Simmons Terrace "Virtual Jetty" ©아방



아방 작가님은 앞으로 어떤 일을 꼭 해보고 싶나요?

저는 뉴욕 갤러리에서 전시해 보는 게 목표예요. 그냥 제 진짜 로망이거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방’이라고 하면, 어떤 아티스트라고 기억에 남고 싶으세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생각해 보자면, 그냥 ‘잘나가는 작가’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돈과 명예 같은... 그런 것만 추구한다는 건 아니고요. 하하. 제 작품과 이름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TMI PARTY 🤹‍♂️



TMI① - 아방 작품을 세 가지 해시태그로 나타낸다면?

#자유로운 #따뜻한 #강렬한


TMI② - 훌쩍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신다고요. 요즘 가장 아른거리는 여행지는 어딘가요?

어쩔 때는 카페에 앉아 있다가 샹송이 나오는데, 여기가 프랑스라고 착각을 한 적이 있어요. 뒤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어머, 한국 사람들이 왔나 보네’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어요. 하하. 자전거 탈 때는 베를린 길거리가 생각나고, 카페에 있을 때는 런던에 있던 작은 커피숍 같은 곳이 생각나요. 이런 사소한 기억들이 잔상에 남아 있네요.


TMI③ - 작업할 때 듣는 음악 추천

그때그때 달라요. 파이팅 넘치게 작업을 해야 한다 싶으면 윤도현 노래를 듣고는 해요. 힐링하고 싶을 때는 재즈 섞인 노래를 자주 들어요. 나음세라고, ‘나얼의 음악 세계’ 좋아해요. 흑인 음악을 플레이해주는 유튜브 채널인데 주로 이런 노래를 듣는 것 같아요.


TMI④ - 최근 아방의 그림 수업을 잠시 쉬시면서,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것은 없나요?

얼마 전에 생각한 건데, 내년에는 아예 제 클래스를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에요. 고민이 있는 분을 한 명씩 불러서 그 고민을 같이 해결하는 과정을 찍는 거죠.


제가 오프라인으로 매번 똑같은 내용으로 수업을 하면서 매너리즘이 생기더라고요. 그럼에도 제가 가르치는 것은 너무 좋아하고요. 아무래도 제가 오랫동안 클래스를 하면서 데이터가 많이 쌓이다 보니까 어떤 질문에도 잘 대답할 수 있거든요. 많은 분들과 이런 사례를 많이 가지고 얘기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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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aaaaa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