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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 작가 인터뷰] 우리는 모두 별의 부스러기



Editor comment

사람을 별과 닮게 그리는 아바 작가는 우리의 고유한 감정과 생각, 경험이 바로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라 말한다. 어쩐지 그의 인물과 시선을 마주할 때면, 몇 마디 정해진 말보다도 훨씬 깊은 조각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감정이 어떤 구체적인 언어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참 좋더라.


이번에 아바 작가와 대화하며, 꾸준한 프로 작업자의 모습에 몇 번이나 놀랐다. 끊임없이 다작하며 운영하는 프로젝트들뿐 아니라, 오히려 슬럼프가 왔을 때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그의 말이 가슴에 크게 와닿았다. 이런 태도가 꼭 그림뿐 아니라 삶의 전반에서 그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 분명해 이야기를 나눌수록 앞으로가 더 궁금하고 알고 싶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의 부스러기로 표현된 아바의 작품 이야기부터, 국내에 몇 없는 리소 작업 이야기까지 알차게 담긴 이번 인터뷰, 기대를 품고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자화상 ©아바






“안녕하세요, 우리를 이루는 '감정'을 리소그래피와 페인팅으로 담아내는 아바입니다.”


작가님은 정말 부지런히 다작을 하시죠, 많은 작품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일지 궁금해요

<자화상>이라는 그림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이 작품은 고등학생 때부터 해외에 있다가, 한국에 들어와 무작정 그린 그림인데요. 이 그림을 본 가족, 친구들 모두 저를 닮았다고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작업을 할 때는 자각하지 못했는데, 이 그림이 나를 닮았다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듣고서 알게 되었죠.


작가들은 누구나 한 번씩은 자화상을 그리잖아요. ‘아, 이건 타인이 정의해 준 내 자화상이구나’ 싶어서 더욱 애정 하게 되었어요. 게다가 이 자화상을 기점으로, 지금의 개인전을 준비하기 시작한 터라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아바 개인전 :: 별의 부스러기 일시 : 2021.12. 14 - 2021. 12. 20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윤보건실 27 Gallery KNOT


개인전 준비를 시작하셨다니,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저는 제가 느낀 감정과 경험에서 나온 것 중 ’단어로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요. <자화상>을 그리고 나서, 시선에 생각보다도 더 많은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거기에 저만의 시선을 더해서, 좋아하는 SF와 접목했답니다.



별의 부스러기 I, II, II ©아바


어쩐지 최근 작품들에서 시선을 마주하게 되는 구도가 인상 깊었는데요. 작가님께 시선을 마주하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시선은 비언어적인 표현이지만, 언어적인 표현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함축해서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림에서 인물의 눈과 시선에 가장 공을 들여요. 말 백 마디 보다도 시선으로 통하는 것들이 있기에 눈동자와 시선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게다가 ‘SF와의 접목’이라는 부분도 흥미로워요.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번 개인전의 이름이기도 한 ‘별의 부스러기’와 관련이 있어요.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우리의 몸은 별이 폭발하며 생긴 먼지들로 만들어져있다.’는 말을 했는데, 사실 이 말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제 그림을 보신 아버지께서 해 주시던 말과 비슷해요.

“네가 사람을 별로 표현하는데, 이건 정말 자연스러운 거야. 사람은 모두 별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알고 있니?” 하고. 그때는 ‘아빠는 감성이 없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 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어요. 내가 자연스러운 걸 그리고 있었구나, 싶었거든요.


사람은 별의 부스러기라는 말처럼, 사람을 이루고 있는 것은 고유한 감정과 생각,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 속 인물의 시선으로 그 별의 흔적이 가시화되어있죠. 이런 것들을 ‘시선’이라는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전달하려는 시도를 담았어요. 이번 개인전 <별의 부스러기>에서는 제가 가장 자신 있는 추상적인 내용을 유화 페인팅 작업물을 통해 보여드리려 해요.



파도 ©아바




이번 페인팅 작업인 개인전도 무척 기대되지만, 아바 작가님 하면 리소그래피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리소그래피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페인팅으로 작업된 원화는 크기의 부담도 있고 자유롭게 구매하기에는 어려운 가격대잖아요. 이걸 대중적으로 만들면서도, 스페셜한 무언가가 없을까 고민하던 중, 리소그래피가 적합하겠다 싶었어요. 한 번에 여러 장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소의 별색과 실크스크린 같은 스텐실 기법을 이용한 인쇄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대중적으로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죠. 쨍한 느낌의 제 작품들과도 결이 잘 맞는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게다가 다니던 학교가 프린트 메이킹이 강화된 학교 중 하나거든요. 학교에 좋은 리소 기계와 색깔이 있었기에 동기 언니의 추천으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대학원 졸업 즈음 미국에서부터 리소 작업을 시작하고 활동하다가 한국에 왔습니다.


아바 스튜디오의 리소 기계 ©아바


원래는 미국에서 활동하시다가, 한국에서 리소그래피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미국에서는 유학생 신분으로 공부했었어요. 그러다가 전시 준비와 비자 발급 문제가 겹쳐지면서 스트레스가 많아졌죠. 서류를 준비해야지만 내가 그 땅에 서있을 수 있다는 불안정함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오랜 고민 끝에 그 생활을 그만두고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한국에 들어가면 막연히 시간만 보내게 될까 봐, 미국에 있을 때부터 차근차근 작업에 대한 준비를 했어요. 아예 리소 기계도 사놓은 상태에서 한국에 들어왔죠. 처음에는 망원동에서 아는 분과 스튜디오를 열었다가 지금은 아예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스튜디오 운영과 동시에 리소 클래스도 진행하고 계시죠?

미국에서 수업으로 들었던 것들이 지금 작업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앞서 말했듯 프린트메이킹이 강한 학교에서, ‘많은 작가에게 사랑받는 리소’를 당연하게 누리다 한국에 들어오고 나니, 리소를 하시는 분이 거의 없더라고요. 디자이너 분들이나, 정말 몇몇 분들에게만 쓰이고 있어서 ‘리소는 많은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사랑을 받을 만한 기법인데, 왜 안 할까?’ 싶었죠. 그래서 클래스를 런칭하게 된 거고요. 노크나 책을 만들고, 엽서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뜯어 쓰는 리소 카드지 ©아바


아바 리소그래프 노트메이킹 클래스

일시 : 2021.12.17 금요일 13:00 - 16:00

장소 : 스튜디오 아바(분당정자)

신청 : 생각하는 박물관 (링크)


아무래도 리소가 익숙하지 않던지라, 작가님의 ‘리소 컬러차트’를 직접 보았을 때는 너무 신기했어요.

리소 작업에서는 컬러차트가 거의 필수적이에요. 스튜디오마다 가지고 있는 색이 다를 수도 있고, 개별 색이 어떤 빛을 띄고 있는지, 또 그 색들이 섞이면 어떤지 컴퓨터로 보는 것이랑은 굉장히 달라 인포메이션이 중요하죠. 저야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니, 저도 너무나 당연히 차트를 만들어 제공하게 됐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색은 이렇고, 섞이면 이런 색이 되어요.’하고 알려드리는 거죠.


리소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기 때문에, 방식이나 과정에 대해 숨기거나 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리소 컬러차트 ©아바


리소 작업 과정 중 가장 좋아하시는 파트도 있나요?

그림이 어긋나지 않게 핀도 맞추고, 색상도 확인하고 나서 인쇄 버튼을 딱 누르면 인쇄물이 나오는데요! 아무래도 인쇄물이 뽑혀서 나온 그 순간이 가장 좋아요. 컴퓨터로 볼 때는 이게 예쁘게 나오려나? 싶은데, 그 결과물은 항상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 점이 리소의 매력인 것 같아요.

맞아요. 수업 때도, 제게 ‘이게 예쁠지 모르겠어요.’ 하고 자신 없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막상 작업물이 인쇄되어 나올 때면 다들 핸드폰을 들고, 예쁘다고 말씀해 주세요. 하하.



책가도 ©아바




작가님이 가장 애정 하는 리소 작품도 궁금해요.

<책가도>인데요, 리소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다 배우고, 한국적인 것을 그려보고 싶어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힘들었는데, 인쇄했을 때 너무 쨍하게 예뻐서 만족하는 작품이에요. 실제로 보면 너무 쨍해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 부분이 정말 예뻐요.


전문가이신 만큼, 리소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 전하고픈 팁이 있다면?

8가지 컬러를 단색으로 찍지 말고, 꼭 색을 섞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리소의 핵심이자 매력은 색을 섞어서 쓰는 것이거든요. 이렇게 다양하게 색을 만들어 내시고 그라데이션도 주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색마다 레이어를 다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머리가 아플 수도 있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더 다양한 색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답니다.


이번 12월에도 정말 많은 일정이 있으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개인전뿐만 아니라, 서일페, 노트만들기 클래스, 케이옥션 출품까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죠! 한국에 처음 오곤 너무 막연했거든요. 아는 사람도 없고, 하하. 그래서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참가한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 과해진 것 같지만. 아직은 몸이 버틸만하니까요.


데드라인이 있는 일은 사람이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든 해내는데, 안 바쁘면 오히려 붕 뜰 때가 있어요. ‘뭘 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와 같은 생각들로요. 그럴 때는 어떻게든 데드라인을 만들어서 일을 하곤 해요. 스스로 프로젝트를 열어서 누군가와 함께하거나, 콜라보레이션을 하거나 전시 출품을 하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생각이 많아지면 손이 멈추게 되니, 계속해서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가는 거죠.


이렇게 열심히 달리다 보면, 슬럼프가 올 때는 없으신가요?

너무 과열되어 번아웃이 올 만큼 지쳤을 때는 쉬는 게 맞지만, 슬럼프가 왔을 때는 뭔가를 계속 하는 게 중요해요.


실제로 슬럼프가 왔을 때는 아무것도 안 그리고 빈 캔버스 앞에 앉아있었어요. 그렇다 보니 손을 아예 놔버리면 다시 시작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손이라도 계속 움직이고 어떻게라도 책상 앞에 앉아있으려고 해요. 한 달 동안 그림을 놓으면 다시 감을 잡는 두 달, 세 달이 얼마나 아까워요. 침대에서 누워서 슬럼프에 대해 생각을 하는 것과 앉아서 그 생각을 하는 것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Waves ©아바


Hunted ©아바




어떤 작가로 기억에 남고 싶나요?

박물관에 제 이름이 걸렸으면 좋겠어요. 미술사에 내 그림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어릴 때의 꿈이었지만, 사실 그건 되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지금은 알아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세상에 내 붓 자국 하나 정도는 남겼던 작가? 지금은 그런 작가가 되고 싶네요.



작가님께서는 이름이 남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다작을 해야겠죠? 결국은 그림이 느는 건 다작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원들이 노동해서 돈을 벌 듯,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그리고 팔아서 사는 거니까요. 그림을 열심히 항상 잘 해야지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그림을 수식할 수 있는 해시태그 세 가지

#시선 #색감 #공감



 


TMI PARTY 🤹‍♂️



TMI ① -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이 그림은 일러스트 학과 사람들 중에 저 혼자만 페인터라, 아싸처럼 그림을 그리던 시절의 졸업작품 중 하나예요. 그때 교수님이 '넌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약간의 반발심에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게 됐어요. '난 이 그림이 좋다구!’ 정도의 뜻이랄까요? 사실 언젠가는 바꿔야지 생각했는데...뭘로 바꿔야 할지 모르겠네요. 하하


Milky way girl ©아바



TMI② - 이 얘기만 들어도 졸업준비의 스트레스가 느껴져요...! 요즘 졸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이 얘기를 정말 많이 해요. 교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라고. 교수 마음에 들고 말고는 상관없어요. 졸업하고 나서, 중요한 건 ‘그 포트폴리오를 쓸 수 있느냐 없느냐’잖아요.


지금도 <Milky way girl>은 포트폴리오에 넣어요. 하지만, 그냥 교수 마음에 들어서 과제로 그렸던 그림들은 제 포트폴리오에 한 개도 올리지 않았어요. 작가로서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자기 만족도와 고집, 자기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TMI③ - 아바 로고의 aa가 이어지는 부분은 인물의 눈을 형상화한 걸까요?

오, 눈이랑 닮았다니 그 포인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정말로 그러네요! 이 로고 작업은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친구에게 의뢰해 작업했어요


저는 디자인을 잘 하는 사람한테 디자인을 맡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할 줄 알아야 미덕이라 생각하는 요즘이지만, 저마다 그 직업을 가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요. 게다가 그 디자이너 친구는 제 그림의 색감과 추구하는 방향성을 잘 알고 있다보니 이렇게 멋진 작가 로고가 탄생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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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 개인전 :: 별의 부스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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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4일 - 20일)



📌 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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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7일 13:00 -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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