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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 반짝이는 흑백 세상

최종 수정일: 9월 22일


Editor comment

'벅차오른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주접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반짝이는 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한 소만의 그림을 본다면 누구라도 이런 감정을 느낄 것 같다.


지금까지 흑백과 따스함은 전혀 어울리지 못할 단어라고만 생각했는데, 소만의 그림은 이런 에디터의 생각을 단번에 바꿔주었다. 오히려 온갖 색으로 가득 찬 현실 세계보다도 더 반짝거리고, 따뜻하게 위로가 되어 준다고 해야 할까?


소만과의 대화에서 특히 '계속 그림을 그려도 될까'라는 작가로서의 진솔한 이야기가 아직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있다. 그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오늘의 인터뷰를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지면을 흐르는 낮은 구름 ©소만




흑백으로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소만입니다.



흑색으로 ‘따뜻한 흑백의 세상’을 그려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예전에 친구가 흑백으로 이루어진 꿈을 꾼 적이 있는데, 색이 없어서 무서웠다고 했어요. 그 얘기를 듣고는 ‘흑백이더라도 따뜻한 느낌을 가득 담은 세계를 구현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친구는 반짝거리는 걸 좋아해서 까마귀라고 불렀었어요. 그래서 까마귀를 소재로 한 흑백 그림을 그리게 된 게 시작이었죠. 그전까지는 색이 없는 그림을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그때 그렸던 작업을 통해서 검은색으로 굉장히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렇게 흑백만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은하가 흐르는 세계 ©소만




흑백화임에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작가님의 내공이 담긴 연출이 한 몫을 한 거군요. 날이 갈수록 펜화의 정교함 또한 더욱 살아나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더 잘게,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세밀해지고, 더 정교하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0.3mm부터 0.05mm까지의 다양한 굵기로 그림을 그렸는데,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0.03mm 펜으로 제일 진한 부분을 칠하고 있더라고요, 하하.



너무 세밀한 표현들을 하시다 보니, 작품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이 절로 궁금해져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시간 안에 한 작품을 완성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즈음은 어떤가요?

작품 고민하는 시간은 빼고, 순수하게 작품 작업하는 시간만 일주일에서 열흘이에요. 우선 아이디어 노트에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다 기록해놓고, 그중에서 몇 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해놓죠. 보통 3~5개 정도의 스케치를 쌓아둔 후 본 작업을 시작해요. 스케치를 다 소진하면 또 스케치부터 다시 아이디어 노트에 채워놓고요.



어떤 창문 ©소만



또 다른 세계 ©소만




작품에 창문뿐만 아니라 빛과 별, 달 등 특정한 요소가 자주 등장해요. 각각의 소재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빛은 제가 제일 잘 나타낼 수 있는 소재라 작업 초반부터 작품 전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주와 관련된-별과 달 같은 요소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밴드의 가사나 앨범 속에 많이 나오는 코드라서 자연스럽게 제 그림에도 많이 그려 넣게 됐고요.



오후 2시에 떨어지는 별똥별 ©소만




‘그림을 계속 그려도 되나?’

라는 고민이 항상 있죠.

그래도, 제 답은

항상 같아요.


지금의 작가님을 있게 한 과정을 듣고 싶어요. 처음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을 당시의 이야기를 해 주세요.

원래는 디자인 입시를 거쳐 도자 공예를 전공했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미술을 시작했는데, 도예라는 전공을 선택하고 나니 그림을 그릴 일이 없더라고요. 결국은 ‘나, 그림 그리고 싶어서 미술을 한 건데?’라는 생각이 밀려들면서 혼란의 시기를 겪게 되었어요.

2017년도 쯤이었어요. 당시 주변 환경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결정할 것이 많은 시기여서 그림과 그림이 아닌 길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서일페에 나가게 되며 처음으로 그림으로 활동을 해봤고,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것 같아요.



이 자리에 있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의 과정이 있었군요.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에도 지금의 방향성을 찾는 데까지 또 시간이 걸렸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그림으로 뭘 해보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고, 시간이 남으면 그저 끄적끄적 무언가를 그려 보는 정도였으니까요. 필드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작가님들은 엄청 많잖아요. 많은 분들의 많은 그림들 사이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또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했어요.

그런 고민을 한참 하던 때에 친구에게서 앞서 말씀드린 흑백 꿈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 나만이 그림 요소로 쓸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해보며 하나씩 찾아나갔어요.



그럼, 요즘 작가님의 고민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림을 계속 그려도 되나?’라는 고민이요. 이런 고민의 시기는 언제든지 불쑥 찾아오는데, 제 답은 항상 같아요. 결국은 그림을 그리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런 고민의 순간은 종종 찾아오네요.



워낙 커리어가 튼튼하신 분이다 보니, 작가님께서 그런 고민을 하고 계실 줄은 몰랐어요. 아무래도 프리랜서라면 어쩔 수 없이 계속 가지고 가게 되는 고민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 고민은 어떻게 해소하고 계신가요?

'조금 덜 흔들리고,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자'는 것이 오래전부터 저의 목표였는데, 이걸 지키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친한 친구들이 공예 쪽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요.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프리랜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보니 자유롭게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고 있어요. 비슷한 고충과 상황에 서로 위안을 삼으면서 언제까지나 주중 오후 만남을 이어나가자고 이야기한답니다.


단 세개만 남은 ©소만




눈을 뜨면,

새로운 세상이 된다.



작가님의 다음 개인 작업이 기대돼요. 어떤 작업을 하실 계획인지 알려주세요!

원래는 상반기에 일러스트북을 내고 싶었는데, 제가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서 다른 작업과 병행하기가 어려워 실패했어요. 원래 계획은 4~5월이었는데, 시간이 훅 지나갔네요? 이제는 '내 그림은 겨울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하하. 어떻게든 올해 안에는 내 보이고 싶어요!



와, 일러스트 북이라니! 조금만 귀띔해 주시지 않으실래요?

주제는 ‘눈을 뜨면 새로운 세상이 된다’예요. 제 그림에서는 새로운 세계로 가는 통로의 역할을 창문이 해내거든요. 제 개인적인 경험과 꿈에서 본 소재를 엮은 그림들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낮게 뜨는 달 ©소만


눈을 뜨면 다른 세상이 된다 ©소만



이 중 <눈을 뜨면 새로운 세상이 된다>는 이 주제를 관통하는 그림이에요. 제가 이 문장을 떠올리고 나서 제일 처음 생각해 낸 그림이라, 아마 일러북에서도 메인이 될 것 같아요.



요즘 작가님께 영감을 주는 요소가 궁금해요.

저는 주로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요. 저번에는 새벽에 작업을 마치고 자려고 불을 껐는데, 그날따라 너무 밝더라고요. 해가 빨리 뜬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달빛이 이중 커튼을 뚫고 들어온 거예요. 어떻게 들어온 거지, 하는 생각에 신기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그 장면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그림으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작가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기억에 남기보다는, 저는 그저 순간으로 지나가도 좋을 것 같아요.




TMI PARTY 🤹‍♂️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그림은 무엇인가요?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요... 하하. 작품 하나하나 정말 제 마음에 들게끔 그려내고자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모든 작품에서 애를 먹은 것 같아요.



소만 작가님스러운 답변이네요, 그렇다면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업물은요?

워킹 홀리데이 때 보러 갔던 일루미네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인 <빛의 공간>이에요. 넓은 들판에 불이 깔려 있고, 리듬에 맞춰서 연기가 나오고 불빛의 높낮이가 달라지고... 이런 장면을 보며 가만히 서 있기만 한 데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빛 속에 들어온 느낌이라 무척 감동이었거든요. 여기서 큰 영감을 받아, 최대한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 표현하려고 노력한 작품이에요.


당시 일루미네이션을 촬영한 영상이 있는데, 함께 보시겠어요?


빛의 공간 ©소만


<빛의 공간>에 영감을 준 일루미네이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죠! 소만 작가님이 사용하는 펜 종류를 알려주세요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코픽 멀티라이너 두 종류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소만 작가의 펜




펜의 잉크들이 다 닳는 속도가 엄청 빠를 것 같아요. 여분 펜의 구매 주기는 어떻게 되나요?

대량 구매를 통해 항상 쌓아두고 있는 편이에요. 지금은 구매한 지가 오래 되어, 주기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재고가 없으면 불안하답니다...!



종종 올려주시는 작업 과정을 보면, 칠할 곳마다 섹션을 나눠서 작업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무척 꼼꼼하신 편일 것 같은데, 그림을 대하는 모습과 작가님의 평소 모습도 비슷하게 꼼꼼한가요?

작업을 할 때는 그렇지만, 평소에도 꼼꼼한가? 하면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못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다른 분들은 하루를 쪼개 여러 일들을 하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여러 일이 겹쳐도 하나의 일이 다 끝나기 전에는 다음 일로 넘어갈 수 없는 스타일이에요. 조금 비효율적인 일정 관리를 하는 편이죠. 어느 드라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네모난 방을 둥글게 닦는 편에 가까워요.




작업하실 때는 주로 JPOP 밴드의 노래를 들으신다고 들었어요. 요즘의 노동요는 어떤 곡인지 궁금해요!

JPOP 중에서도 '오피셜히게단디즘'의 2019 부도칸 콘서트 앨범은 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유구한 노동력의 원천이에요. 콘서트장의 분위기가 전달되어 작업에 완전 몰입을 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마감이 가까워지는 날이면 같이 사는 친구에게 비장한 말투로 "나 오늘 콘서트 몇 번 다녀올게", 하고 콘서트 앨범을 들으며 하루종일 작업을 하고는 "오늘 콘서트 몇 번 다녀왔어!" 라고 말하며 장난치곤 했는데, 그 오랜 기록을... 요즘은 오마이걸이 이겨버렸죠.


오마이걸에 완전 감겨 버려서 작업할 때면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전곡을 듣곤 한답니다. 희망적이고, 밝은 리듬이잖아요. 작업하는 내내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속도감도 있어서 보다 빠른 작업을 해야 할 때는 꼭 찾아서 들어요.




유난히 귀여운 응원들을 많이 받으시곤 하세요. 그런 응원들에 대한 작가님의 감상은 어떤가요?

너무 귀엽고, 신기하고 감사하죠. 사실 그림이라는게 나를 위해 그리는 게 크잖아요, 제가 했던 경험과 생각을 기반으로 그리는 거니까요. 그렇게 그린 그림을 다른 사람이 봐 준다는 자체도 너무 힘이 되는데, 위로가 되어 주기까지 한다니! 너무 기뻐요.



특히 시적인 감상평이 많아서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아요.

가끔 힘들 때마다 보러 가기도 한답니다, 하하하.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작품을 세가지 해시태그로 나타낸다면?

#흑백 #빛 #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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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 작가의 더 많은 그림을 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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