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0.1, 곧은 선으로 그린 담담한 아이들

최종 수정일: 6월 14일


<student boy girl> ©0.1

Editor comment


자주 보았던 그림의 작가명이 0.1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특유의 담백한 그림체와 이름이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깔끔함처럼, 그들의 그림도 군더더기 없이 나누어떨어지는 느낌이어서 그럴까. 곧은 선들이 만나 정확히 찍히는 실크스크린을 활용한다는 점까지 모두 '0.1'스럽다.


그들이 주로 그리는 무표정의 아이들은 기존 매체에서 다루는 '아이'의 모습과는 다르다. 0.1의 아이들은 차분함을 넘어 의연함까지 느껴지는데, 이 때문에 그들의 그림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기쁨은 두 배로 느끼고, 슬픔은 반으로 나눌 수 있어 자매 작가로서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던 0.1은 한 작품을 만들 때 어떻게 의견을 맞추어 나갈까? 그 과정이 궁금하다면, 이번 early와의 인터뷰에서 확인해보길 바란다.



Interview



0.1


"그 덤덤한 표정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격하게 반응한다는 건 우리의 생각일 뿐이고,

아이들은 의외로 덤덤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걸."



작가와 작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0.1입니다. (발음은 영점일입니다.) 저희는 자매이고, 서로의 이름에서 ‘영’과 ‘원’을 가져와 0.1이라고 지었습니다. 함께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담는 틀과 형식도 만들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작업을 따로 하셨듯, 두 분께서 각각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다를 것 같아요.

0 : 뻔하지만.. 어릴 때 애니메이션이나 그림책, 만화를 보면서 ‘이렇게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요?

1 : 이하 동문입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되신 그림을 2013년부터는 0.1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해오고 있어요. 서로 어떤 부분이 잘 맞아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그 스토리가 궁금해요.

둘 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미대에 진학하게 되었는데요. 전공은 달랐지만, 서로의 과제를 모아 함께 해결하곤 했어요. 각자의 평가와 점수는 곧 우리의 평가와 점수가 되었습니다. 좋은 평가에 기쁨은 두 배! 안 좋은 평가에 대한 슬픔은 반절! 이 되는 느낌이 제법 괜찮다 싶어 함께 그리는 것도 제법 잘 맞는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하게 됐습니다.



<THE STATUE 6> ©0.1



두 분이 함께 오랫동안 작업하신 만큼, 작업 과정도 꽤나 구체적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나갈 때 서로 의견을 맞추는 과정은 어떤가요?

이미지를 완성시키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이야기해보자면, 기본적으로는 평상시에 떠오르거나 작업해보고 싶은 단어를 적어둡니다. 단어를 모두 무작위로 노트에 적어놓고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찾아보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합니다.


의견을 맞추는 부분은 가장 오래 걸리는 과정인데요. 작업하고 싶은 단어를 몇 가지 골라 거기에 연결되는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방식을 가장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계속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지는 대화가 오가는데 어지간해서는 빨리 끝나는 법이 없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분명 괜찮았던 아이디어가 상대방을 납득시키려고 이야기하는 순간 허점이 마구마구 발견되는…



0.1작가의 작업 과정 ©0.1



서로 대화하며 의견을 맞추는 과정이 재미있네요! 그 다음 바로 스케치로 들어가나요?

여차저차 의견이 맞으면 그다음 작업은 빠르게 진행합니다. 참고할 만한 자료를 조사하고 본격적으로 스케치에 들어가는데요. 여기서 보통 인물의 경우에는 한 명이 얼굴 위주, 다른 한 명이 몸 위주로 그립니다. 대부분 종이가 몇 번을 오가며 스케치를 완성하고 라인을 따는 과정까지가 오프라인에서의 작업입니다. 참고로 종이는 트레이싱지, 라인을 딸 때는 유성매직, 네임펜, edding ohp marker, copic multi liner를 사용합니다.


완성된 라인을 스캔해서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벡터 파일로 변환하고 라인을 좀 더 다듬고 색을 채우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렇게 하나씩 완성된 낱개의 이미지를 이리저리 배치해보면서 하나의 장면을 완성시킵니다. 모든 작업은 어떻게 쓰일지 모르기 때문에 벡터 이미지로… 하하. 그 후는 업체에 맡기거나, 실크스크린을 하거나, 재봉을 하거나, 종이를 접거나 자르면서 이렇게 저렇게 완성합니다!


저희도 다른 분들의 작업 과정이 정말 궁금하기 때문에 한 번 구구절절하게 대답해 보았습니다.


작업 환경 및 도구들 ©0.1



실크스크린의 어떤 요소가 두 분의 마음을 사로잡았나요?

판화 중에서도 비교적 쉽고 간편한 작업 방식과, 도장처럼 같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찍어낼 수 있는 점이 실크스크린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판을 통과해 잉크가 종이에 찍히는 과정이다 보니, 많이 찍을수록 잉크의 층이 쌓이게 되는데요. 이렇게 손으로 만져지는 잉크의 단차가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원하는 색을 직접 맞춰서 찍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종이뿐 아니라 천이나 다른 소재에도 이미지를 프린팅 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요.


저희가 처음 실크스크린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아무래도 재정적인 부분도 크게 한몫했습니다. 인쇄를 맡기는 대신 우리의 노동력으로 대체한다는 느낌으로요. 뭐 지금 생각해 보면 장비나 재료값이 더 들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분명 실크스크린을 통해 더 다양한 세계를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손으로 하는 단순노동에 빠져버렸달까요?




<Gonggi> ©0.1



이번에 <Gonggi>가 INSPER Awards에서 Black Paper 상을 수상했어요. 공깃돌의 이미지와 손의 움직임을 작업 안에 담았다는 점이 새로웠는데, 처음 이미지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Gonggi>는 디오브젝트와 함께 ‘ADD TO CART’라는 팀으로 작업한 책입니다. 4명이 전 과정을 함께 의논하고, 공유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의견을 내던 중 디오브젝트에서 공기를 가지고 작업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낸 것에 모두 재밌을 것 같다고 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놀이와 관련된 책은 놀이의 유래나, 방법 등을 중점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저희는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공기놀이를 하는 과정을 계속 들여다보니, 공깃돌이 호를 그리며 떠올랐다 떨어지는 모습에서 행성의 공전이 떠올랐습니다.


조금 엉뚱하지만 공기는 하나의 공깃돌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다른 공깃돌을 주워야 하기 때문에 중력이 중요한 요소인 게임이란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의견들이 모여 곧 공기놀이와 과학, 우주 분야의 책의 만남 같은 이미지를 작업하게 되었어요.




작가의 가치관



2017년,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을 때 어른은 크게 반응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덤덤하게 받아들여요”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실제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경험이 있으셨나요?

특별한 경험은 아니지만, 여러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 등을 관찰하는 도중에 문득 무표정의 아이들을 포착하게 되었습니다. 그 덤덤한 표정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격하게 반응한다는 건 우리의 생각일 뿐이고, 아이들은 의외로 덤덤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걸.




여태 무표정의 인물을 주로 그려오셨어요. 앞으로 인물의 표정이나 분위기에 다른 변화를 줄 계획은 없으신가요?

아직은 특별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변화를 줄 계획은 없지만, 필요를 느낀다면 범위를 확장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LOLL> ©0.1





작가의 성장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독일 등 다양한 해외 페어에도 참여하시면서 다양한 분들과 직접 만나셨어요.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페어나,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도쿄 페어에 참가했을 때의 일입니다. 페어가 끝나고 호스텔로 돌아와 수건을 받으러 리셉션에 내려갔습니다. 리셉션의 남자 직원이 무척 놀라면서 자신을 못 알아보겠냐며 물었습니다. 알아채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알고 보니 당일 페어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구매까지 했던 관람객이었습니다. 이런 우연이! 본인의 그림 작업도 있다며 보여주기도 하고, 이런 우연이 신기하기도 해서 리셉션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지금도 이름이 기억이 납니다. 츠바사군!



<yesyes> ©0.1



편지지, 에코백, 카드지갑 등 다양하면서 실용적인 작품을 주로 만드시는데, 앞으로 또 만들어보고 싶은 종류는 무엇인가요?

옷입니다. 어디까지나 만들어보고 싶은... 하하.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모두의 바람이겠죠? 자가의 작업실을 갖고 싶습니다.


<hand washing> ©0.1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로서 기억에 남았으면 하나요?

날로 먹지 않는 작가! (웃음웃음)


<Guide bookmark 안내자 책갈피> ©0.1






TMI PARTY 🤹‍♂️


두 분의 취향은 비슷하더라도, 두 분의 성격은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성격적인 부분에서는 각자 어떤 차이가 있나요?

어릴 때의 에피소드로 예를 들자면, 학교에서 준비물로 검은 봉지를 가져오라고 했는데요. 한 명은 선생님이 보여준 것과 사이즈까지 정확하게 맞춰서 가져가고 싶어 하고, 나머지 한 명은 아무 색이든 그냥 봉지만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차이입니다.



아무래도 실크스크린 작업을 많이 하시다 보니 많은 필름을 정리하시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요. 실크스크린 필름 정리법을 공유해 주세요!

기본적으로는 종목 별로 나눠서 정리합니다. 작은 사이즈의 필름은 주머니, 엽서, 달력, 책 등등 분류를 나눠서 파일함에 담아 둡니다. 큰 필름은 지류함에 보관하고 있고요. 하지만 최근 정리를 시작해서 정리되지 않은 양이 더 많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정리하고 있는데 필름이 어디선가 계속 끝도 없이 나오네요! 하하.



두 분이 서로 ‘정말 잘 통한다’고 느끼셨던 경험이 있나요?

종종 있습니다. 가게에 들어가 각자 고른 물건이 같을 때나, 서로의 핸드폰에 저장해 둔 참고할 자료들이 같을 때, 말을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뭔지 알아들었을 때. (약간 소름돋아요)




작가님께서 제작하신 굿즈 중 가장 애용하고 있으신 것은 무엇인가요?

카드지갑이요!


<Rustle> ©0.1




열심히 일하는 미싱기에게 지어준 별명이 있나요? 없다면 미싱기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세요.. 하하.

별명은 없습니다. 저희에게 과분한 친구라 그저 모시며 지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말 밖에는..




작가님 두 분이 작업을 쉴 때 각자 힐링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크던 작던 소비입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해 주세요!

아이들, 무표정, 라인.




#0.1

#0.1 추지영 작가님 인스타그램

#0.1 추지원 작가님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