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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욱, 평면 위에 쌓아올린 초현실의 세계



최지욱


"그림으로만 그릴 수 있는 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 사진으로도 가능한 것은 그릴 때

힘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요."




Editor comment


최지욱 작가의 작품은 타인의 상상력을 잔뜩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아마 정적인 그림에서 느껴지는 역동성과 뇌리에 박히는 독특한 색감 때문이 아닐까.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최지욱 작가는 본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면 마냥 쑥스러워 하면서도 작품과 작업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다. 그런 모습에 '프로 작업자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그의 작업물이 단순히 상상력에 의존한 결과라기보다 여러 대상들을 하나하나 조합해보고 나눠보며 만든 노력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이런 생각을 더욱 견고히 만들었다.


일상적인 것을 비틀어 비일상적인 것으로 새로이 탄생시키는 최지욱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태도로 작업을 대하고 있을까? 최지욱 작가와 만나 작가로서의 시작부터 요즈음의 지향점까지를 들어보았다.




<나만의 영웅> 코믹콘 서울 ©최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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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바텐더 겸 일러스트레이터


반갑습니다 작가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초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풍경을 그리는 작가 최지욱입니다. 반갑습니다.




미대 진학을 결심하신 순간부터 미술이 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투잡을 결심하셨다고 하셨어요. 어린 날부터 투잡을 계획하면서까지, 순수한 마음으로 미술을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요.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미술을 사랑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철이 일찍 든 친구들은 학과에서도 3-4학년 정도면 취업 준비를 했는데, 저는 막연하게 ‘미술도 계속하고, 다른 알바도 계속하지 뭐‘ 하면서 나이브하게 생각했어서 좀 수월하게 버텼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버텼다는 느낌도 잘 안 들었지만요.




버텼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고는 하시지만, 막상 학교를 다니면서 투잡을 지속하시는 것이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무려 10년이나 바텐더 일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체력적으로는 좀 무리가 되어서.. 8-9년 차에는 일도 조금 줄이고, 낮에 하는 일도 좀 찾아봤어요.



8-9년이나요..?! 바텐더 일과는 어떻게 연이 닿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포차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무용 선생님께 그걸 말하니 “그러지 말고 바에서 일해볼래?” 하시고는 저를 그 가게에 데려가신 거 있죠. 그렇게 하루 만에 인수인계가 다 끝났고, 그 선생님께서는 그 날로 그만두셨어요. 거기서 집도 정말 멀었는데 그때는 그 거리가 먼 줄도 몰랐죠. 제가 활발한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이 신선하고, 새로웠어서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16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최지욱




조형을 전공하셨음에도 일러스트레이션을 업으로 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애초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대학에 갔던 건데, 대학에 들어가선 신기하게 드로잉 필수 전공 정도만 빼고는 그림을 한 번도 안 그리게 됐어요. 졸업하고 나니 다시 그림을 그리려 책상에 앉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여태 그림을 좋아했던 시간들이 있으니, 다시 제 손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러스트를 그리기로 늦게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그럼 졸업하고도 일과 그림을 계속 병행하신 건가요?

네. 졸업하고 나서는 작업을 집에서 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서, 학교 작업실도 쓰고 그러다가 집에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데뷔 전시는 2014년에 있었음에도 2016년부터 활동했다고 언급하신 것을 보았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그 당시 전시를 했을 때에는 그림을 더 그리고 싶기는 한데, '흥미가 다시 생겼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마음으로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할 때라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가 작가는 아니었어요. 전시에서도 그림을 액자에 걸지 않고 양면테이프로 붙여 혼이 났고요. 하하.


그때는 '이게 내 그림이다.' 라거나 '이게 내 전시다.' 하는 생각이 없었고, 16년 때부터 상업적인 활동을 하고 나서 사람들이 작가라고 부르니 그제야 '아, 내가 정말 작가가 됐나 보다.' 하고 실감이 났어요. 그래서 16년부터 활동을 했다고 말하게 된거죠.



APPLE TODAY TAP 일러스트 ©최지욱




이제는 엄청난 기업들과도 콜라보를 하는 프로 작가가 되셨어요. 생계를 걱정하셨던 전과 달리 이제는 작업을 선택하는 입장이 되셨을 것 같아요. 요즈음 작업을 고를 때의 기준이 궁금한데,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제가 철이 늦게 들었다고 했잖아요, 일에 대한 개념도 조금은 현실적이지 못한 편이라 처음 작업을 했을 때부터 작업의 자유도가 높고, 주제가 즐거운 것을 많이 했어요. 작업하는 그 자체가 재미있도록요. 물론 대형 프로젝트는 무리해서 하기도 하는데... 지금도 같아요. 규모가 작은 작업이더라도 재미있겠다 싶으면 되도록 하려고 해요.


'비일상적인 소재에서 상상력이 필요한 그림을 그릴 때 효용감을 느낀다'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바로 그 효용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 작업을 좇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군요.

맞아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취미가 아닌 일이잖아요. '이걸 멋지게 해냈다!' 싶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 효용감이 다른 건 아니고 일로써 내 쓸모, 만족을 찾았다. 이런거죠. 마음에 드는 작업을 할 때 그 효용감이 크게 느껴져요.


그렇다면 최근 효용감이 크게 느껴진 작업물을 살짝 말해 주실 수 있나요?

말하기 부끄럽지만 brain de palma의 앨범 커버요! 최근 작품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작업이 끝나고 나서는 '흠~ 이거 되게 잘 됐어~' 라고 생각했어요.




오, 정말 진심으로 행복해하시네요. 하하하.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아, 그리고 최근 진행했던 잡지 삽화 작업들도 재미있었어요.


<Gudu005 - brain_de_palma> cover ©최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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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과 비일상이라는 키워드



시간을 거듭하며 작가님께서 그림을 그리는 방식도, 다루는 대상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럼에도 '초현실'이라는 키워드는 늘 가지고 가시는 것 같은데, '초현실적인 것'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림으로만 그릴 수 있는 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 사진으로도 가능한 것은 그릴 때 힘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림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의 범위 내에서 그리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스타일로 자리잡은 것 같아요.



<It’s nice that, Ones to Watch series - Uniqlo 콜라보> ©최지욱




작업 과정도 궁금해요! 그리는 과정보다도 작업을 상상하는 과정이요. 작품이 비일상적인 것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작가님의 머릿속이 궁금하달까요.

화면으로 볼 때도 그렇고 종이로 볼 때도 그렇고, 지면이 대체로 항상 사각형이잖아요. 사각형의 형태 안에서 어떻게 해야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생각해요. 이 사각형 안에 무언가를 넣어보고, 또 다른 걸 붙여보고. 그렇게 계속 다른 것들을 배합하면서 그리는 것 같아요. 전에는 상상의 요소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요리하듯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로서 너무나도 탄탄한 입지를 쌓으며 잘 활동하고 계시지만, 지금 하고 있는 고민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일이 너무 즐겁고 재미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불안감? 프리랜서라면 많이들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다람쥐처럼 다음 달 생활비를 계속 모으게 되고요. 직업 특성상의 부분이니 편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그리고, 너무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점점 더 말을 잘 못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같이 모이곤 하는 작가분들이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자주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기도 해서 더 그런 것 같네요.


<이상한 나라의 정원> ©최지욱





지금 다시 에세이를 쓴다면 써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제 책 보셨나요...? 어쩐지 부끄럽네요! 책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있는데, 에세이는 잘 모르겠어요. 당시에 기획자분이 좋은 기회를 주셔서 시작한 에세이였음에도 쓰는 내내 정말 어려웠거든요. 아마 다시 에세이를 쓴다면 나이 60살쯤이 되어야...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그때 다시 소신을 담은 글을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에세이가 아니더라도, 작가님의 다른 출판 작업물을 꼭 보고 싶어요.

만약 한다면 그림책 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껏 안 해본 것이기도 하고, 그림책이 힘든 작업이거든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그래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뉴서울 파크 젤리 장수 대학살> ©최지욱




한 인터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에너지를 좀 남겨놓는 편이에요. 요즘은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된다.' 같은 말이 많잖아요. 지금 너무 달려버리면 나중에 한참 쉬어야 하는 거죠. 그렇지만 저는 계속 작업을 해나가야 하니까요. 일이잖아요.




그렇다면 일과 일상을 적절히 분배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요즘도 잘 유지되고 있나요?

그래서 요즘에는 쉬는 시간을 더 늘리려고 하고 있어요. 전에는 마감이 짧은 작업도 테트리스처럼 쌓아서 했었는데, 요즘에는 작업 시간을 좀 늘려서 느긋하게 작업해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제 페이스를 찾고 있는 과정이죠. 제게 편한 단계와 과정이 있으니, 그 과정을 밟아야 스무스한 작업 진행이 가능하니 클라이언트 분께 스케줄 제안도 제가 먼저 드리는 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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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의 만족과 앞으로의 지향점



슬럼프가 있으셨다면 어떻게 이겨내셨는지도 궁금해요.

슬럼프라기보단, 초반에는 스타일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어요. 작가라고 한다면 기억에 남을 만한 특정한 그림체나 캐릭터 같은 것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서 시도는 해 봤지만... 그런 것들이 저랑은 잘 안 맞더라고요. 이런 부분은 성격이 드러나는 영역이라고도 생각해요. 그래서 그림체보다는 그림을 진행하는 방식을 정해서 통일시키자는 생각으로 지금은 결이 비슷한 그림을 그려내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어요.




일러스트 작업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작업도 하셨어요. 평면적이었던 그림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신선하더라고요. 애니메이션 작업을 더 해볼 생각도 있으신가요?

그때도 좋은 기회로 작업을 하게 된 건데, 기회가 또 온다면 꼭 하고 싶어요. 당시에는 캐릭터 디자인과 큰 움직임만 맡고, 애니메이터 분들이랑 협업을 했거든요. 제가 "이 사람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해요!" 하면 그걸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되게끔 만져 주시고, 그런 과정들이 너무 신기했어요.


저도 이후에 배워보려고 했는데..! 손도 정말 빨라야 하고... 힘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웬만하면 잘 하는 분과 협력을 하는 쪽이... 하하. 그래도 간단하게는 할 줄 알아서 gif를 만들곤 하지만! 여전히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으로 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져요.




궁극적으로! 꼭 이것만큼은 해보고 싶다, 하는 작업이 있으신가요?

애니메이션에 이어서, 뮤직비디오 작업! 재밌을 것 같아서 꼭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요.


<Beyond This Side> STORYBOARD ©최지욱, cvisionhk

<Beyond This Side> ©최지욱, cvisionhk



작가로서 활동하며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전부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미팅도 재미있고, 지금 이런 인터뷰 자리도 재미있고요!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나요?

즐겁게 그림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런 작가가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싶어서요. 일하면서도 재밌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정말 그렇게 작업을 하는 분들을 몇몇 알거든요. 제 성격상 제가 그런 작가가 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신... "좋은 고민을 많이 하는 작가로서 남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어요.




TMI PARTY 🤹‍♂️


아무래도 전문가이시다 보니 안 여쭤볼 수가 없네요, 작가님께서 제일 아끼시는 술! 너무 궁금해요.

술을 좋아한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고급 리퀴류를 좋아했어요. 집에다 갖다 놓고 살짝씩 녹여 먹는 재미가 있죠. 위스키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고요... 실은, 요즘에는 술을 잘 못하게 됐어요. 맥주만 가끔 즐기고요. 국산 맥주가 최고입니다.



작가님의 다음 꿈이 궁금해요. 목표하고 있는 가까운 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 작업실을 갖는 것이 꿈이에요. 학교 다닐 때 말고는 작업실에서 작업을 안 해 봤어요. 아무래도 집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작업 공간과 일상 공간의 분리가 안 되어 있어 생활패턴을 조절하는 데에 많은 의지가 필요하더라고요. 작업을 하려다가도, 쌓여 있는 빨래를 보면 거슬리고..! 집안일이 쌓이는 것을 너무 싫어해요. 작업실이 있으면 확실히 그런 것들에서 분리가 될 것 같아요. 출퇴근 하는 느낌을 낼 수 있을 것 같달까요, 오래전부터의 막연한 꿈이에요.




꿈 하니 생각났는데, 아이슬란드의 에이전시에서 일하시는 것을 여전히 꿈으로 삼고 계신가요?

보통은 한자리에 머물러 일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직업 자체가요. 저는 한량 기질이 있어서 돌아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 여행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고 얕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여행을 가서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외국을 다니면서 작업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어떻게들 그렇게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최지욱




여행을 할 때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여행을 가기 전에 제가 지낼 곳, 단골로 다닐 식당, 자주 갈 카페 하나씩만 정해 놓고 그 동네에 사는 느낌을 내는 것을 좋아해요. 쇼핑하고 관광하는 것은 제게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아요.




그러면, 여행에서 인생샷 남길 때까지 찍기 vs 왔다 감! 정도의 인증만 하고 지나가기

저는 인증만하고 지나가는 스타일이네요. 하지만 매번 기록용으로만 사진을 찍으니 사진을 찍는 능력치가 너무 낮아진 것 같기도 해요. 요즘은 다들 사진을 잘 찍잖아요. 제가 SNS 일상 계정에 사진을 가끔 올리면... 어쩐지 올드한 느낌이에요. 저는 약간 신나서 일기처럼 사진을 찍어 올린 건데, 모아서 보니깐 너무 부끄러운 거 있죠.



<탈주하는 공 Ⅳ (Sprinting Balls Ⅳ)>©최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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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y interview

최지욱 인스타그램

최지욱 텀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