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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진, 따뜻한 시선이 담긴 그림

최종 수정일: 3월 2일


©mj_illustrator



Editor comment

다시 태어나서 지금과 똑같은 삶을 살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가?

니체는 현실의 삶에서 느끼는 고뇌와 기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기를 충고한다. 실패와 고난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드는 삶에 최선을 다하기는 쉽지 않지만, 장명진 작가님은 이를 묵묵하게, 또 충실하게 해내고 있었다.

웃으면서 니체의 팬이라고 말하는 작가님에게 삶과 그림에 대한 순수한 의지가 느껴지는 것이 좋았다. 다양한 삽화 작업을 하면서도 발전을 위해 개인 작업도 쉼 없이 해내시는 작가님은 이미 후회 없는 삶의 궤도에 오른 것은 아닐까.

장명진 작가님의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편안함은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내고자 하는 작가님의 태도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통해 단단한 행복감을 전하는 장명진 작가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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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진


"저는 평생 삽화를 그리다가 죽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 1세대 삽화가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작가와 작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두 딸 아빠예요. 학부모이자 삽화가인 장명진입니다.



작가님께서 직접 소개하고 싶으신 작품이 있다면?

가장 최근 그렸던 것이요. 왜냐하면 저는 그림이 아주 조금씩 나아지거든요, 예전에 그린 것보다 지금 그린 게 제 눈에는 더 좋더라고요. 외주를 받아서 그림을 그리면 돈을 벌어야 하니까 계속 똑같은 그림만 그리게 돼요. 그래서 저는 계속 제 개인 작업물을 그려 SNS에 올리는 거고요. 언제나 현재의 그림을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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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도에 네이버 스승의 날 로고 작업을 하신 걸 봤어요. 네이버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진짜 인생을 살기 위해서 그림을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왜 ‘진짜 인생’을 위해서 그림을 선택하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작가님이 공예 디자인을 전공하신 것과도 관련이 있을까요?

저는 공예 디자인이 너무 싫었어요. 금속 공예, 목 공예, 섬유 공예, 도예 공예 전부를 배우는 학교에 다녔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금속 공예가 제일 싫더라고요. 토치를 이용하는 게... 불이 너무 무서웠어요. 그게 너무 싫었고, 또 도예는 굉장히 위험하기도 하고. 만드는 것이랑은 잘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학교는 그냥 별생각 없이 다녔고... 졸업을 했어요.

제 아내와 고등학생 때 만났는데, 첫사랑이죠. 첫사랑과 결혼을 빨리하고 싶은 마음에 직장 생활을 일찍 시작했어요. 저는 그 당시에 제 아내와 결혼하는 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였거든요. 그림이라는 목표도 그때는 없었고... 그저 그 꿈 하나가 있었네요.

저는 니체를 굉장히 사랑하거든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 니체는 ‘내가 똑같은 삶을 살아도 정말 후회 없는 삶을 살자’고 하잖아요. 그런데 직장을 다니면... 비참해지거든요. 직장 생활은 사람을 너무 초라하게 만들어요. 해봤기 때문에 알아요. 아무리 승진을 하며 살더라도 다시 내 삶을 돌아봤을 때 비참함을 느낄 것 같아서, 아이도 있었는데 그냥 사표를 썼어요. 아무 준비도 안 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그냥. 그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예요.



블로그에 그림을 올리기 시작하신 때와 비슷한가요?

네 비슷해요. 그때가 아마 2006년 때였을 거예요. 직장 다닐 때부터 조금씩 준비했어요. 그림 그릴 시간을 확보하려고 새벽 4시에 내 그림을 그리고, 업무도 보고... 그리고 직장을 그만뒀는데 일이 들어올 리가 없잖아요. 하하. 일간지에 5000원짜리 그림을 맡아 그렸어요. 그런 그림 그리면서 더부살이로 시작을 한 거예요. 제가 볼 때에는 그림이 제 길을 열어준 것 같아요.



하고많은 길 중에서 왜 하필 딱 그림이었을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아주 어렸을 때, 초등학교 6학년 때쯤인가? 피카소 스케치 집을 아버지가 사가지고 오셨거든요. 그게 사실은 되게 야한데, 그걸 보고 제가 충격을 받은 거예요. 피카소의 삶을 보면 정말 대단하거든요. 제가 볼 때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고 생각해요. 피카소를 보며 저도 모르게 그림에 대한 흠모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게 당장 그림으로 돈을 버셨을 정도면, 원래 어느 정도 실력이 있으셨나 봐요?

아니에요. 제가 입시 미술을 했을 때 느낀 건데, 정말 타고난 친구들이 있어요. 저는 정말 못 그리는 편이었고요, 저는 대학도 그림을 외워서 갔는걸요. 그래서 저와 입시 미술을 같이 했던 동창들은 제가 삽화가가 됐다는 것을 아직도 믿지를 않아요. 하하하.



지금 굉장히 뿌듯하시겠어요.

네 뿌듯하지만,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이제 가슴이 뛰어요. 제 그림을 긍정하기 시작했거든요. 그것도 얼마 안 되었어요. 저는 불안장애 때문에 강박증이 좀 있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어요. 아주 어렸을 때, 유복한 가정이었지만 서로 사랑이 없는 곳에서 자라 개인적인 결핍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분노가 쌓여있을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제 인생을 몇백 번이나 리마인드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정신과를 가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치료를 받다 보니 지금 굉장히 많이 나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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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의외의 대답이에요. 말씀하신 분노와는 정반대로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 굉장히 가족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되거든요. 왜 반대로 나타나는 걸까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 스스로도 ‘아직 솔직하지 않은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스스로를 맞닥뜨리는 게 두려운 것인지. 진짜 예술가들은 추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직시하려 하거든요. 저도 지금 그런 과정을 밟고 있는 것 같아요. 껍데기, 페르소나 말고 진짜 속의 나, 알맹이를 찾는 과정을 밟고 있어요.



작가의 가치관



그렇다면 작가님이 이러한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저는 가정폭력을 당하며 자란 탓에 불행했지만, 제 업을 아이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았다는 자부심 하나는 있어요. 가정폭력을 당해본 사람은 알아요. 그게 얼마나 평생의 상처로 남는지, 얼마나 그 고리를 끊기가 힘든지. 그런데 저는 그런 폭력의 고리를 끊은 거죠. 자신과 제일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들에게 행복을 선사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그림에서라도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함과 안정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작품을 SNS에 업로드하실 때 작가님의 철학이 잘 느껴지는 코멘트를 함께 적어주시는 것을 봤어요. 이러한 글들을 함께 올리시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실존주의를 사랑해요. 아직까지 실존주의를 뛰어넘는 걸 제시한 걸 못 본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구에게 제 생각을 알려주고 싶어서 올린다기보다는, 그냥 그 말들이 너무 멋있잖아요. 그게 좋아서 올리는 거예요. 그냥 제가 니체의 팬이라서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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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그리시는 대상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 한국적인 것이 많은데, 이런 대상을 선택하시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기준은 없어요. 블로그를 시작할 때부터 ‘일주일에 세 번은 그림을 그리자.’ 다짐하고 그리고 있어요. 작가가 되어서 의뢰받은 그림만 그리면 거기서 멈추게 돼요. 수정 사항 전달받은 것을 계속 공장식으로 고쳐야 하니까 고이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블로그에 올리는 개인 작업은 그리고 싶은 걸 그날 앉아서 바로 그리는 것들이에요. 계획이 있는 게 아니라, ‘뭐 그릴까?’ 이런 생각을 하고 그날 고궁을 그리고 싶으면 자연스럽게 그리는 거죠. 제 눈에 예뻐 보여서.

일러스트라는 장르를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냥 만화가인 줄 알죠. 그런데 외국에서는 ‘어느 작가’라고 하면 많이 알거든요. 국민적 차원에서 사랑하는 삽화가들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거장이라 불리는 만화가는 많지만, 삽화가의 이름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삽화가들이 삽화를 못 그려서가 아니라 문화가 아직 거기까지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평생 삽화를 그리다가 죽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 1세대 삽화가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작가님의 일러스트에는 인물이 많이 등장해요. 또, 그들의 체형이나 동작, 표정 등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물을 그리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따로 있으신지요?

저는 옆모습 그림을 좋아해요. 80%는 옆모습을 그리지 않을까 싶어요. 옆모습에는 사람의 진심이 담겨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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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앞모습을 마주할 때는 서로 바라보고 있는 척 연기할 수 있지만, 옆모습을 연기하기란 힘들어요.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 상대의 옆모습을 지켜보는 건 속마음을 들키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옆모습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논문까지 쓸 정도로요, 하하.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세로로 된 작업물이 많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아니요, 그냥 가로 그림보다는 세로가 더 크게 잘 보여서 그렇게 했어요. 저는 현대 미술은 존중하지만, 현대미술의 쓸 데 없는 거품은 사양해요. 현대미술을 즐기려면 모든 히스토리를 알아야만 하잖아요, 작가가 설명한 것을 보지 않으면 무슨 뜻인지 알기도 어렵고. 저는 제 작품을 제가 봐도, 남들이 딱 봤을 때도 ‘좋은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들길 바라요. 예전에는 수단이 없어서 종이에 그렸지만, 지금 대중이 가장 많이 보는 건 스마트폰인데, 스마트폰 화면은 모두들 세로로 보잖아요. 저는 그런 흐름에 맞춰 대중에게 가장 편하게 보이기 위해서,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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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작가님 그림은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그래서 삽화 작업도 많이 하신 건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왜냐하면 그림이 쉬우니까.

맞아요. 설명해야 의미를 알게 되는 작품이 혁명적인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쉽게 와닿는 그림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에 와서 많이 알려진 에드워드 호퍼라는 미국의 화가도 사실 삽화가였어요. 그러다가 자기 그림을 그린 거예요. 제가 볼 때에는 에드워드 호퍼 작품이 가장 멋져요. 저도 그분처럼 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작가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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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 외국 대학에서도 한국어 교재로 채택한 ‘Learn Korea With BTS’ 작업하신 걸 봤어요. 어떻게 작업을 맡게 되었는지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빅히트에서 에듀테인먼트 사업을 한다고 팀을 꾸리기 전에 한국어 박사님을 초빙해서 원고부터 썼어요. 그때 박사님이 삽화를 그려줄 사람을 찾다가 무작정 저에게 연락을 하신 거예요. (원래 알고 계신 사이였나요?) 아니요, 몰랐어요. 그런데 박사님께서 ‘인터넷에서 그림을 봤는데, 혹시 삽화를 할 생각이 있으시냐’며 연락을 하신 거예요. 그렇게 만남이 성사되어서 삽화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또 아는 디자이너 분께 연락해서 같이 작업하는 게 가능하냐고 얘기하고, 그렇게 나온 게 이 책 4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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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삽화 작업을 하시면서 뿌듯하신 적이 많으실 것 같아요.

교과서 작업은 다 뿌듯해요. 제 그림을 보고 자란 우리나라 아이들이 많아요. 그리고 아직도 ‘작가님 그림책에서 봤어요’하고 연락이 올 때도 있어요. 특히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 시리즈가 그랬죠. 그 다섯 권의 시리즈에서 자부심을 많이 느꼈어요. 어린이 분들에게 팬레터를 정말 많이 받았죠.



작가님께서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등등 다양한 SNS 계정을 운영하시는데 저희가 참 인상 깊었던 게,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에게 모두 답글을 달아주시는 걸 봤어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답글을 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달아야지요. 소통이라기보다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 DM 같은 경우에는 답장을 계속해서 주고받아야 하는 채팅이 되니까 잘 받지 않는다고 프로필에 적어놓았지만, 댓글은 시간 있을 때 다는 게 어렵지 않아요.



삽화 일을 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일단 회사를 다녀봤기 때문에 삽화가의 귀중함을 알아요. 직장 내에서 삽화가는 외로워지고, 또 한없이 초라해지는 존재라서 “이것 또한 연습인데”라고 생각해야 편하지,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져요. 공개된 곳에서 그림이 찢기는 일도 허다한걸요.

그리고 정신과 전문의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직시하고 마주하는 과정에 있는데, 그 과정이 가장 도움이 되었어요. 학벌이나 재력과 같은 껍데기에 둘러싸인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초라한 나를 직시하고 마주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오늘 인터뷰가 너무 좋아요. 꼭 상담을 받는 것 같아요! 하하.



저희도 너무 재미있게 듣고 있어요.

어쨌든, 저는 똑바로 살고 싶어요. 남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기는 쉽지만, 자기가 똑바로 사는 건 정말 힘들어요.

자신의 말에 책임지고 뱉은 말을 회수해 가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라 생각해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뱉은 말을 꼬아서 공격하는 사람은 사기꾼이죠. 저는 ‘진짜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런 사람이 되기만 해도, 정말 믿음직한 사람이 될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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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작업을 하셨는데, 가장 사랑받았다고 생각되는 작업은 어떤 것인가요?

핀터레스트에 그림을 올리면, 선호도에 따른 퍼센트가 나와요. 계속 그 순위가 바뀌는데, 예전에 그려 올린 수박 그림이 가장 언제나 1등이었어요. 그러다 세월이 바뀌니 아이스크림 그림이 1등으로 바뀌었다가, 지금 1등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한 작업이네요. 스크린에도 걸리고, 참 사랑받았던 작업이에요.



이런 걸 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으시나요?

도움이 많이 돼요. 그렇지만 다시 같은 그림을 그리지는 않아요. 반응이 좋다고 같은 그림을 또 그리자니 스스로 성이 차지 않아서요. 참고만 할 뿐이에요. 공짜 빅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앞으로는 어떤 작품 활동 계획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쭉 이대로 작업하며 죽을 때까지 살고 싶은데... 여망이 있다면, 우리나라 삽화 문화를 알리고 싶어요. 삽화가는 아티스트.. 순수 미술도 아니고, 만화가도 아닌 그 중간 영역에 분명 있어야 할 존재예요. 정말 중요한 존재죠. 우리나라에서는 엄밀히 따지면 삽화라는 개념이 없어요. 제가 선두주자로 그 길을 열고 싶다는 소망이 있어요.

꼭 하고 싶고, 그런데 그건 저 혼자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인식도 변해야 하고, 저도 열심히 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하고, 시대의 거대한 흐름도 중요한데, 제가 탈 수만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아요.



작가님은 드물게 PTG(외상 후 성장)를 이루어내신 분 같아요.

네 저는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제가 죽을 때, ‘아 나 정말 잘 살았다. 최고의 삶을 살았다.’라고 내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똑같이 반복되는 삶을 살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다시 이렇게 살고 싶도록.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께서는 “작가님 가족 중에 유일한 생존자는 작가님이세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워하셔도 돼요. 벌써 아버님을 뛰어넘으셨으니, 이제는 아버지를 용서하시고 그만 놓아주세요”라는 말을 들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딸한테도,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잘 살은’ 아빠다. 교육이라는 것도 별게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내가 똑바로 잘 살아내는 것을 아이에게 직접 보게 하는 것. 온전히 살아내서 내가 죽을 때 ‘아빠 참 잘 살았다.’ 뭐 듣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들으면 좋고.



가족분들한테는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작가로써는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솔직히 더 유명해지고 싶어요. 그렇지만 유명해지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싶진 않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냥 열심히 작업하면서 내실을 다지고 싶어요.

누가 알아주면 땡큐죠, 안 알아줘도, 뭐. 오케이! 그건 제 몫이 아니에요.




TMI PARTY🤹‍♂️




고양이 샤샤와 로라를 자랑해 주세요.

허~ 저는요, 동물보다 사람이 낫다고 생각해요. 고양이가 사람보다 백 배 나아요. 고양이가 사람보다 천 배는 예의 바르고, 고양이가 사람보다 훨씬 훌륭하고 멋져요. 저는, 개도 정말 좋아해요. 개가 사람보다 만 배는 나아요. 요즘 ‘종이의 집’을 열심히 보는데, 킬러가 사람은 죽여도 동물은 못 죽여요. 개나 고양이는 배신을 절대 하지 않아요. 자기 목숨을 바쳐요. 사람보다 억만 배! 배울 것이 너무나 많고, 보고 있는 자체가 예술이에요, 보면은. 캬.


귀여운 샤샤와 로라



얼마나 키우셨어요?

이제 7년 키웠는데, 아침마다 밥을 달라고 제 배에 올라와서 깨워요. 안 깨면 얼굴로 올라와서, ‘어이 집사 양반! 밥 줘.’ 하고 볼을 툭툭 쳐요. 그러면 “네~ 밥 드리겠습니다~” 하고 일어나는 일상의 반복이에요.


작가님의 프로필 사진



그렇게 고양이를 사랑해서 작가님의 프로필의 사진이 항상 고양이일까요?

그건 제 자화상이에요. 하하. 닮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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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그러고 보니 작가님과 닮았네요. 로라와 샤샤는 어떻게 생겼나요? 그림에서 로라와 샤샤를 그리시기도 하나요?

한 마리는 회색이고, 한 마리는 하얘요. 그림에서 하얀 고양이를 그리면 그림이 붕 떠서, 로라를 그릴 때도 하얗게 그려요. 그 점은 로라한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하.


작품 올라오는 텀이 굉장히 짧은 것만 봐도 작업량이 상당하신데... 루틴이 궁금해요. 평소 여유 시간은 있으신가요?

7시에 고양이가 깨워 일어나면 걔네 밥을 줘요. 씻고 라디오를 들으면서 작업물 SNS의 댓글에 답 댓글을 달아주고, 작업을 쭉 해요. 점심 먹고 또 작업하고, 바쁠 때면 밤을 새우기도 하고... 그럴 땐 운동을 못 해서 아쉬워요. 지금은 그래도 좀 한가한 시즌인데, 정말 바빴던 작년 같은 경우에는... 3월부터 11월까지 바빴는데, 동시에 8가지의 외주를 받을 때도 있었네요.

8장의 그림 작업물이 아니라 8가지의 외주 작업물을 말씀하시는 게 맞겠죠?

네. 8가지의 책, 광고, 교과서. 이런 작업물들이요.

와우.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작업량이 아닌데요?

하지만 저는 어시스턴트는 절대 고용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제가 그림에 대해 기준이 높고 까다로워서 상처를 줄 게 뻔하거든요. 그 기준을 따라와 줄 만한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그 정도의 실력자라면 본인 작업을 하겠지요. 혼자서 8가지 작업을 맡아 하다 보면 정말 지옥이에요. 그때는 너무 바빠서 인스타그램에 답 댓글도 못 달죠. 전투 모드가 되어서는 조금만 건들면 다 죽는 거예요. 매일 밤을 새우니 작업하면서 분노가 막, 하하.


공감이 되네요, 그래도 지금은 조금 한가한 시즌이라고 하셨어요. 요즘 같은 때에는 취미로 무엇을 하시나요?

이렇게 여유가 있을 때는 지금처럼 계속 개인 작업을 하고 (SNS에) 답 댓글도 열심히 달아요. 아, 링피트를 1년 동안 열심히 하고선 살을 정말 많이 뺐어요. 그리고, 넷플릭스! 제가 바빠서 드라마를 잘 못 보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넷플릭스를 보려고 80인치 tv를 샀어요. 앰프도 좋은 걸로 사서, 이제는 극장이 필요 없네요. 하하.


넷플릭스에 애정이 굉장하시네요. 작품 추천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가장 위대하게 뽑는 작품은 브레이킹 베드. 정말 웬만한 영화보다 훌륭한 작품이에요.

인간의 본모습에 대해 탐구하는 작품. 관계에 대한 본연의 본성을 담은.. 저는 정말 보고, 최고. 그저 최고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

두 번째는, 워킹 데드. 워킹데드는 정말 드라마에 충실해요. 보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몰라요. 스토리텔링이나 특수효과나... 이런 것이 정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요. 덕분에 10편까지 한 번에 몰아 보았고요.

세 번째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미국 여자 교도소에 대한 이야기인데, 미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줘요. 네 번째는, 지금 보고 있는 종이의 집!


장명진 작가님 작업실



작가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저는 집에서 작업을 해야 하니깐 어디에 갈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서 몰입을 하다 보면 시간이 탁 멈추고, 제가 그림 속 장소에 가는 경험을 해요. 그 짜릿한 경험이 너무 특별해서 그림을 계속 그려요. 의뢰받은 그림에서는 그런 느낌을 잘 못 받는데, 개인 작업을 하다 보면 그래요. 그림 속 장소가 제일 좋아요, 제가 꼭 거기에 가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아서.


작가님의 그림을 세 가지 키워드로 나타낸다면 무엇일까요?

첫 번째, 따뜻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두 번째, 단단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세 번째, 심플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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