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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멍날, 곡선으로 표현하는 단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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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comment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로운 몸짓의 생명체. 그 움직임은 꼭 춤을 연상시켜 작품명 중 하나인 《육체파티》라는 단어와 퍽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은 채도로 그려진 무표정한 얼굴과 옅은 선을 따라 흐르는 곡선을 탁월하게 사용하는 장멍날 작가의 그림은 느긋한 그리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의 맥락과 요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림 한 점의 크기나 재질과 같은 형식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연속적으로 연결된 그림들이 주는 흐름까지도 신경을 쓰는 장멍날 작가님을 보며, 그가 작품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계속 단단해지는 과정 속에 있는 프로라는 느낌이 강하게 와닿았다.


이번 early 인터뷰에서는 부드러운 단단함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를 마음껏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장멍날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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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멍날


"주변에 비교했을 때 내가 유독 뚜렷한 것,

이게 내가 가진 고유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현재와 미래를 생각했을 때

누군가의 가짜가 되지 않고 롱런하려면

이런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가와 작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장멍날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현재는 책을 만드는 행위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주의 날님'이라는 이름으로 쭉 활동하시다가 '장멍날'로 활동명을 바꾸셨어요. 어떤 연유에서일까요?

처음 활동명은 굉장히 생각 없이 붙여졌습니다. 남자친구한테 "나는 전능하다, 모든 걸 알고 있다, 우주의 날님이다."라는 장난을 했었거든요. 인스타그램을 만들게 되면서 생각 없이 우주의날님이라고 적어 넣게 되었는데 행사 혹은 어딘가에 소개될 때마다 10번 중 9번은 수정 요청을 드려야 하는 성가신 이름이었어요. 특히 이름을 시작하는 단어가 '우주'라서 그런지, '우주의 달님'이라고 적힐 때가 많았습니다... 하하. 매번 수정해 주시는 분들, 수정 요청해야 하는 나 모두를 성가시게 만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오래 벼르다 바꿨습니다. 검색하면 우주의 날 행사 등이 나오기 일쑤라 서칭도 힘들었고요.



《THE BUILD》 ©narrr0.orr



작가님께서 가장 애정 하는 작품이나 굿즈를 소개해 주세요!

음, 떠올리려고 하니까 제법 많네요. 재작년에 만든 책인 《THE BUILD》는 제일 고생하기도 하고 무척 공을 들여서인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게 됩니다. 천천히 작업하긴 했지만 작업 기간 1년 6개월 중 6개월은 오롯이 스캔 후 지우개질과 선 수정에만 들인 시간일 정도로 애먹었거든요.




그 외에 『굿즈 모아 마트』 전시에서 판매했던 《구슬모아 키링》, 《구와 원뿔 포스터》, 《스케이트 보딩 백》, 작년에 만든 티셔츠가 생각납니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이 항상 흐릿하고 감정이 없어 보여요. 무표정의 인물들을 고수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 인스타에 그림을 올리고 일러스트레이션을 하려는 노력을 시작했을 때는 웃고 있는 그림이 많았어요. 귀염을 떨었달까. 근데 저는 별로 그런 사람이 아니고 드라이한 편이거든요. 그러던 와중 간혹 행사를 치르고 나면 어김없이 "나도 캐릭터'나' 만들까."라고 말하는 주변인들의 말이 실망스러웠어요. 무언가는 쉽고 뭔 어렵다는 듯이 나누는 태도도 별로였고 저는 제 그림이 행사에서 반응이 있었던 건 오랜 세월 쌓인 기본기와 드로잉을 알아본 분들이 있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핀트가 어긋난 채로 한순간에 재단해버리는 게 허무했어요. 언짢기도 했고요.


하지만 제가 저 답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요소를 포함시켰던 건 사실이라 스스로에게 되묻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생각이 정리되고 난 후부터 제가 그리는 인물들을 통칭했던 이름을 버리고 바깥을 의식한 부자연스러운 의도들을 버리려고 애썼습니다. 제 드로잉을 봐주셨으면 했어요.


애초에 이 인물들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거대하고 멋있어 보이는 걸 만들어내야 하고 허세에 가까운 태도를 늘 장착하고 있어야 하는 미술인 기본 애티튜드가 싫어서 모든 장식적인 것을 버리고 심플하고 간단하게 머리를 비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답지 않은 귀여움을 떠는 것 또한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무표정을 고집하는 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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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그림에서 잘 강조되지 않는 울룩불룩한 근육들을 강조해서 그리시는 것이 특징이에요. 오래전이지만 이름부터가 '승모근의 왕'이었던 그림도 있었죠. 인물을 표현하실 때 특별히 근육들을 강조하여 그리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첫째로는 제가 가진 장점 중 하나여서입니다. 색을 덮어 놓으면 티가 덜 나기는 하는데, 인물 드로잉을 할 때 선의 특징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거든요. 선이 무척 옅고 잘 휘면서 망설임 없이 길게 뻗을 수 있는 선이에요. 그 때문에 학교 다닐 때도 누드 크로키 수업 등에서 두드러졌어요. 인체 드로잉을 잘 하시는 분들 중에는 선이 선명하고 강한 분들이 훨씬 많아서 저의 이런 특징이 나름의 메리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변에 비교했을 때 내가 유독 뚜렷한 것, 이게 내가 가진 고유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했을 때 누군가의 가짜가 되지 않고 롱런하려면 이런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둘째로는 제가 근육 공부를 하기 위함입니다. 공부를 습관처럼 항시 반복하는 걸 무척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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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열심히 운동해서 몸을 만든 것만 같은 작중의 인물들이 가끔은 뼈가 없어야만 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할 때도 있어요. 작품 속 인물들은 뼈가 있는 존재인가요?

보시는 분들 각자의 해석에 맡기고 싶어 평소 말로 설명을 덧붙이는 걸 지양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 생각을 굳이 늘어놓지 않으려고는 하는데 현재 작업 중인 그래픽 노블이 나오면 아주 어렴풋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편의상 인물들이라고 지칭하고는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인간이 아닌 것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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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톤을 고집하는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수채화를 쓰는 제 또래의 주변인들이 으레 채도가 높은 색을 써야만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 걸 오래 봤어요. 과거 수채화에 절대 블랙을 써선 안 된다는 입시 교육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이해는 하지만 사실 색은 낮은 명채도 안에서도 다채롭게 전개될 수 있고, 심지어 검정과 차콜도 분명히 다른 색이라 함께 있으면 풍부해지거든요. 그걸 그림에 담아내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그림은 언뜻 보면 선이 깔끔한 디지털 드로잉 같기도 하고, 손그림 같기도 해요. 작업 방식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디지털 드로잉 같아 보인다는 말은 처음 듣는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처음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에는 연필 선도 많이 남아있고 선도 또렷하게 따지 않아서 조금 더 수작업인 티가 났는데 점점 마무리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처럼 보이나 봐요.

특별한 재료나 방식은 전혀 없고 평범한 수채 작업입니다. 드로잉을 한 다음 떠오르는 색을 채우고 라인을 딴 뒤 스캔해서 지우개질을 하고 잡티를 지웁니다.



《2021 CALENDAR : 공이 터지는 소리》 ©narrr0.orr



구체와 도형에 관심을 많이 두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그것들은 작가님의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일단은 공부 혹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훈련의 반복입니다. 위에 말씀드렸지만 제가 쓰는 선이 워낙 옅고 곡선으로 흐르는 타입이라 직선과 그래픽적인 소재를 다루지 못합니다. 자를 대고 그리는 것도 못 할 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돌 등의 의도를 위해 흐물흐물한 제 그림에 단단한 요소를 추가해야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기본 석고 도형은 익숙해서 이걸로 점차 직선 요소를 늘려가려고 생각했으나 사실 이것마저 서툴러서 막상 직선 도형은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모든 걸 제쳐두고 구를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편해져요. 저에게는 명암 없이 색만 채워도 완성된 것으로 보이는 유일한 개체거든요. 주관적이지만 과거 석고를 볼 때부터 뽀얗게 펼쳐지는 구의 명암이 다른 개체와 비교했을 때 가장 꾸밈없어 보이기도, 가장 완전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바라는 저의 그림과 맞닿는 부분이 있어요. 다만 이런 요소를 지나치게 치트키 삼고 있는 것 같아 의존을 끝내고자 이번 달력의 제목을 《2021 CALENDAR : 공이 터지는 소리》로 지었던 것인데, 역시 빠른 시일 안에는 못 벗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가치관



다른 작가 소개 글에서 '그림 한 장이 아닌 여러 장이 반복될 때 일어나는 규칙, 관계, 충돌에 집중합니다.'라고 말씀하신 내용을 보았어요. 이게 어떤 뜻인지, 작품에서 이러한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봤을 땐 책 작업이 메인 작업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쓴 문장이었습니다.

조금 더 풀어서 말하자면, 저는 그림의 완성도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평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요소가 그 그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편입니다.


하나의 전시 공간에 여러 개의 작품을 배치하는 것처럼 그림을 둘러싼 여백, 사이즈, 재질, 빛, 매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설득력을 가질 때 단순한 화면 그 이상의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저도 다른 작업자들의 그런 작업을 볼 때 희열을 느끼고요.


제가 말재주가 없어서 똑떨어지게 설명하기가 힘든데 각 그림이 형성하고 있는 색, 모양, 배치가 있어 그렇게 구성된 그림들이 연속될 때, 전체의 흐름을 연출하는 것이 제 안에선 몹시 중요합니다.

그림 자체보다는 그림과 그림을 연결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립 출판을 좋아합니다.




작중 인물들에게서 느껴지는 통일감이 뚜렷해요. 매 작품들의 세계관이 이어지는 중일까요?

제가 그리는 인물들이 인간 종이 아님은 확실하고, 공룡이나 우주가 나오는 등 비현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이어질 수 있다는 전제는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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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모든 작품들에 등장하는 요소들에 통일감이 있다 보니 작품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나 의도가 있으실 것 같아요.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초등학교 2, 3학년 즈음에 학교에서 수자원에 대한 교육을 받고 홍보 책자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물이 사라진 미래에 대해 다루고 있었어요. 물이 없으면 농사도 지을 수 없고, 채소를 재배할 수도 없기에 식량이 부족해진다는 내용 뒤 "그럼 라면을 먹으면 되잖아."라고 묻는 어린이 캐릭터가 나왔는데 작 중 시간이 흐른 후 정말로 수자원이 고갈된 땅에서 그 어린이 캐릭터가 라면을 먹으려고 해요. 하지만 물이 없으니 당연히 라면도 끓일 수 없죠.


어린 나이에 이 장면이 충격적이었습니다. 타고나길 고리타분한 인간이라 안 그래도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룰과 규약에 대해 강박이 큰데 충격을 받은 후 환경과 수자원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해졌습니다. 지금은 제 곁에 없지만, 10년 넘게 반려견 시로와 함께 살면서 무분별하게 희생당하는 동물들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레 하게 되었어요.


정도를 넘은 쓰레기 생산,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무감각, 동물 착취, 평등 추구에 대해 몹시 단호한데, 웬만하면 설명을 덧붙이지 않지만 은연 중에 제 성향 혹은 사상이 담겨있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로지 간편함만을 위해 자신들을 둘러싼 약한 것을 착취, 배제하는 행위를 당연시하는 인간에 대한 비판의 시선이 사실 그림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요.


《2018 CALENDAR : dystophia-utophia》 ©narrr0.orr



그래서인지 작품에서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모습을 담아 표현하시고는 해요.

네. 맞아요. 붙여 설명하자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지극히 인간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원인 때문에 멸망했는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인간 입장에서 디스토피아라 일컬어지는 상황이 지구나 동식물에게도 해당될까요?


《dystophia-utophia》라고 제목을 붙였던 2018년 캘린더에선 인간 종이 사라진 뒤의 세상에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찾으려는 인물들을 그렸습니다. dystopia를 dystophia라고 중간에 은은하게 H를 넣어 인간(human) 중심의 개념이라는 것을 빗대고 싶었는데 너무 희미해서인지 저조차도 의도대로 H를 넣었다 본래 스펠링대로 썼다 헷갈리는 바람에 망한, 얄팍한 수가 되었습니다.


가끔 보면 계정 내 한 게시물 안에서도 오락가락하길래 수정도 포기했어요. 허허허허. 지금은 어디에 잘 못 썼고 맞게 썼는지, 달력에는 제대로 쓴 건지 입고처에는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좋은 작품'이란 어떤 것일까요?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 놓은 멋있는 것을 넘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기와 장점, 혹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끝까지 놓지 않는 작품, 약자를 착취하지 않는 작품. 조금 더 나아가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최후까지 자신을 타협하려고 하지 않는 작업자들을 깊이 존경합니다.




작가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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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처음 일러스트 작업을 하셨을 때와 지금 마음가짐이나 생활 측면에서 변화가 있으신가요?

주변 동료분들하고 이야기를 할 때도 늘 언급되지만 저는 그림이 정신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버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이니까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는 없어요. 그걸 얼마나 빠르게 건강히 다스리는지의 문제인 것 같은데, 요 몇 년 사이에도 많은 번민과 고뇌를 했어요.


내가 그림을 그리는 목적과 누구를 위해 그림을 그리냐를 끊임없이 되물었는데 저는 외부보다 나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생각들이 저를 지탱하면서 지금은 제법 단단합니다.




『UNLIMITED EDITION 12 서울 아트 북 페어』 ©narrr0.orr



굿즈 모아 마트, 언리미티드에디션 등의 국내전은 물론 타이페이 아트 북 페어 같은 해외의 굵직한 전시에도 참여하셨어요. 전시 때의 일화를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일화랄까 상하이 아트 페어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간 "중국은 정말 크다."라는 말을 종종 듣기는 했지만 그 '크다'가 뭘 의미하는지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숙소를 잡을 때 구글 맵을 켜고 대강 몇 블록 거리인지 파악을 해서 '이 정도면 지하철로 무난히 가고 관광 겸 행사장까지 산책 겸 걸어서 갈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는 위치의 적당한 숙소를 잡았어요.


분명 한국에서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걸어서 40분 정도면 충분히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택시를 타고 20분이 걸리고 지하철로 4, 50분가량이 걸렸습니다. 그 이후로 저도 상하이에 대해 말할 때 "진짜 커요."부터 나오더라고요. 하하.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작가님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으신가요?

이건 꼭 끝내야지 계획한 책이 3권 정도 있습니다. 미련한 기획을 해서 하염없이 뒤로 밀리는 중인데 올해 안에는 어떻게든 끝내자고 결심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저변을 넓히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허풍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 차차 결과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나요?

누군가 제가 잘 그린다고 말했을 때 그 자리의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작업자가 되고 싶습니다. 취향이 갈릴지언정 잘 그린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요.




TMI PARTY🤹‍♂️



작가님의 그림을 세 가지 키워드로 표현해 주세요.

인체, 회색, 옅은.




작가님 그림 속 인물들은 역동적이다 못해 '이게 정말 되는 걸까?' 싶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근육과 함께 보니 코어가 엄청 발달해 있는 것 같아 부럽기까지 해요. 실제로 작가님도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을 하시나요?

매일 약 5km를 걷는 걸 기본으로 틈날 때마다 팔 근력이랑 복근을 길러주는 운동을 합니다. 아무래도 그림 그리는 사람은 자세로 인해 허리가 안 좋다거나 하체 혈액 순환이 잘 안된다거나, 손목 터널 증후군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승모근과 견갑골을 풀어주는 스트레칭도 수시로 합니다. (괜히 육체 파티를 그리신 작가님이 아니시네요. 본받아야겠어요...)




언제부터 뼈와 근육에 관심이 있었나요? 가장 좋아하는 근육 부위와 뼈 부위를 알려주세요.

인체를 그리는 일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대입 막바지부터였어요. 이전까지는 전형적인 얼굴만 잘 그리고 인체는 못 그리는, 그래서 되도록 인체를 안 그리기 위한 속임수를 쓰는 학생이었습니다.


사람마다 개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데 제 사고 체계와 대척점에 있는 방식으로 공부하려니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입시 끝물이 되어서야 겨우 저한테 맞는 방식을 익히게 되었고 곧바로 쭉쭉 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이게 내 특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내부 구조보다는 라인 위주의 접근을 했기 때문에 알맹이를 모르는 채로 주먹구구로 그리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재작년부터 천천히 내부를 이해하려고 신경 쓰고 있어요. 딱히 좋아하는 부위는 없는 것 같고 요즘에는 승모근이랑 둔근~대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서 집중하고 있습니다.




웜그레이와 쿨그레이를 가리지 않고 아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 평생 작품을 그릴 때 둘 중에 한 색상만 써야 한다면?

아아..................... 인터뷰지를 받고 읽은 첫날 답변에 대한 대강의 타이핑을 해뒀었는데, 그 때도 이 질문에는 그냥 '아아아아아아'라고만 써놨었어요. 그 후로도 며칠 내내 고민하다 인터뷰 당일이 된 건데............... 차라리 색 하나를 영원히 포기하겠습니다..............




작가님이 주로 참고하시는 레퍼런스가 있나요? 이미지라기보다는, 예를 들면 요가 영상 같은. 몸을 그리기 위한 자료랄까요.

대부분의 작업은 특별히 레퍼런스를 두지 않지만 정확한 인체를 그려야 하는 게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부위나 운동 종목을 찾습니다. 육체파티 시리즈라 이름 붙인 것들이 해당됩니다.



©narrr0.orr



예전에 ‘좋아하는 작업물일수록 인기가 없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라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신 적이 있어요. 아직도 그 징크스가 유효한가요?

네. 신기할 정도로 여전히, 아주 칼 같을 정도로요. 가끔 작업물 2개를 동시에 올릴 때 가장 두드러집니다. 특히나 업로드를 할지 말지 고민할 정도로 시시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게 제가 좋아하는 작업보다 훨씬 반응이 좋아요.


제가 제 그림에 바라는 것과 타인이 제 그림에 바라는 것이 이렇게 다른 걸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매번 새삼스럽기는 하네요.



장멍날 작가님의 작업 공간



작가님의 작업을 하시는 동안의 하루 생활 패턴을 알려주세요!

일어나자마자 코코넛 오일을 넣은 방탄 커피로 아침 칼로리를 채우기 위해 물을 끓입니다. 수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히 등이 둥글게 말리는 일이 많아서 어깨와 등을 풀어주는 마사지 내지 스트레칭을 한 뒤 작업을 시작해요. 작업을 할 땐 주로 영화나 시트콤을 틀어놓는 편이고, 요즘에는 유튜브에 자빱TV를 자주 틀어놓고 있어요. 작업은 때에 따라 5~10시간 정도 앉아 있는 것 같고요. 저녁 혹은 밤에 나가 걷다 돌아와서 남은 작업이나 드로잉 연습 등 자기 전의 마무리를 합니다. 중간중간 쉴 때는 자료 정리를 하고 그릴 게 많지 않은 날에는 종종 모동숲도 켭니다.







#장멍날

#장멍날 인스타그램 : narrrr0.o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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