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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원원, 작은 움직임으로 그리는 역동성

최종 수정일: 9월 22일


Editor comment

물체로 이루어진 컬러칩부터, 도넛에 파묻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피피삡 시리즈까지.

원원원 작가가 만들어내는 것들은 우리 주변의 '작고 소중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작은 움직임을 포착하는 그의 시선이 너무 섬세해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가 무척 궁금했다. 그렇게 알게 된 것 중, 개개인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곧 커다란 역동성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작은 역동성 로고 ©원원원




컬러를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프리랜서 디자이너,

원원원입니다.



‘원원원'이라는 활동명이 독특해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제 이름 끝이 ‘원’이라서 그런지 예전부터 ‘원’이라는 말을 좋아했어요. 또 영어 표기(won)에도 알파벳 'O'가 있는데 원으로 발음되면서도 시각적으로 도형 원이 존재한다는 점이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게다가 숫자 1도 원(one)이고 도형 원도 원이잖아요? 그런 가변적인 모습이 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원’이나 ‘원원’이라는 말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흔하게 쓰이는 것 같아 좀 더 기억하기 쉽고 저만의 단어라고 느껴진 ‘원원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작은 역동성’은 원원원 작품을 대표하는 말이기도 하죠, 어떤 뜻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제가 모으는 이미지들은 주로 ‘다양한 요소가 우연히 포착된 듯한’ 작업이 많아요. 작은 모티브들이 모여 만들어진 반복적이면서도 불규칙한 우연적 효과와 그 안의 움직임이 상상되는 게 즐겁거든요.


‘작은 역동성’이라는 말도 비슷한 맥락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어느 날 큰 도로의 횡단보도에서, 쨍쨍한 햇빛 아래로 사람들의 그림자들도 길게 드리워지고, 여러 방향으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각자의 방향이 모여서 획일화된 흐름을 만들다가도, 완전히 다른 흐름과 속도를 가진 사람이 지나가기도 하고, 수많은 방향이 교차되는 그 풍경이 제게 무척이나 역동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작은 역동성’의 로고는 그 풍경을 포착해서 개개인이 모여 만드는 반복되고 살아있는 움직임들을 기호로 치환한, 일상 조각과 같은 작업이에요. 개인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만들어진 수많은 스토리가 우리의 일상을 이루고 또 다른 거대한 역동성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나치기 쉬운 작은 것들과 작은 행위들에서 저의 정체성을 찾고 가치를 부여하고 싶어요.




‘작은 움직임이 큰 역동성이 된다’는 말이 인상 깊네요.

하하, 거창한 듯 말했지만 제 작업을 봐주시는 분들은 ‘프로 사부작러’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무겁고 진지한 작업보다는 제 개인의 사부작거림을 보여줄 계획이거든요. 작은 물체에 깃들어 있는 힘, 그것을 만드는 저의 작은 행위를 통해 많은 스토리를 보여주고 싶고, 작업을 봐주시는 분들에게 작은 영감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컬러 정물 시리즈> ©원원원




작가님의 작업 중 정물을 통해 색을 표현하는 작업이 특히 재미있어요. 색에 대한 작가님만의 시선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작업에서 컬러를 예민하게 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단순히 컬러를 같은 비율로 모아 놓는 일반적인 컬러칩이 아닌, 물체를 이용한 컬러칩 작업을 해보고 있어요. 텍스처, 비율, 위치, 등 컬러 조합의 변수는 무궁무진하잖아요.


예를 들어 그냥 블루, 옐로의 조합과 수영장 물의 블루에 옐로우 페인트가 칠해진 공이 떠 있는 조합은 완전히 다른 느낌인 것 처럼요. 컬러에 대한 저의 생각을 담은 게 이 <컬러 정물 시리즈>에요. 일반 정물화는 물체와 물체의 구도에 집중해서 보기 쉽지만, <컬러 정물 시리즈>에서는 각각의 재질을 통해 제가 의도한 컬러 조합에 집중해서 감상하길 바랐어요. 그림자 컬러도 작품 속에서 컬러칩의 역할을 하도록 의도된 색이거든요.


<컬러 정물 시리즈> ©원원원




그래서 이 시리즈는 제가 평소에 메모해 놓는 컬러칩 조합들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계속하고 싶은 작업이에요. 컬러칩을 보면서 어떤 소재의 물체와 조합할까 생각하고, 각각의 재질과 컬러가 어울리는 크기로 제자리에 있게 만들고, 요소들을 조합하고 균형을 고민하는 과정자체가 저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작가님만의 감각적인 색조합을 위해 구체적으로 일상에서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원래 저는 화이트가 많이 섞인 네온 색감을 좋아하는데, 일부러 싫어하는 색 위주로 쓰는 시기를 만들어요. 싫어하고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색에 적응하다 보면, 그 색을 아름답게 살려 보는 과정에서 새로운 느낌의 작업을 하게 되고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희열을 느낄 수 있어요.


혼자 여유 있을 때는 아이패드로 컬러 조합 판을 만들어 두는 편이에요. 작곡가들이 생각나는 곡을 메모하듯이 저는 주변에서 좋아 보이는 것이나 갑자기 떠오른 컬러 조합을 메모해요.


컬러를 사랑하는 작가님이시다 보니, 자주 보는 이미지가 무엇일지 궁금해져요.

평소에 보는 자료나 좋아하는 작가들도 아리엘 밥 윌리스, 마리아 스바르보바 같은 색채 위주의 작가가 많아요. 여담이지만... 아리엘 밥 윌리스는 작업은 컬러풀한데 작가는 올 블랙 패션을 즐겨 입는다는 것도 재밌지 않나요?


같은 컬러여도 소재마다 느낌이 많이 달라지고, 특정 소재와 결합됐을 때 효과적인 경우가 있어요. 단순히 컬러 조합보다는 소재와 컬러를 함께 생각하는 편이에요. 소재와 컬러, 컬러가 구성되어 연출된 것을 모두 볼 수 있는 사진 작가의 작업을 많이 보는 편이고, 패션화보 등 사람과 컬러가 함께 있는 것에서 주로 영감을 받아요. 거기에 컬러와 소재가 독특한 인테리어 제품들도 관심을 가지고 보면 새로운 발견을 할 때가 많답니다.




<열 두달 친구들>의 일러스트 ©원원원




멸종 위기 동물을 주제로 그린<열 두달 친구들>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컬러를 좋아하다 보니 창의적인 컬러로 가득 찬 지구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중에서도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알게 된 사라져가는 동물과 식물들이 더 크게 와닿았죠. 그러던 중 작년 말 지인분이 달력 굿즈 내보는 게 어떻냐고 제안을 하셔서 생각해 보게 됐고, 관심이 있던 동식물로 각 계절의 컬러를 담은 일러스트를 그리기로 결정했어요.


자료를 찾다 보니 여우, 독수리, 꽃사슴, 삵, 호랑이, 하늘다람쥐, 반달가슴곰 등 예쁘고 들어봤을 익숙한 종인데 의외로 멸종 위기 종인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환경문제를 익숙한 동물을 통해 알리고 싶어서 친숙한 동물친구들을 각 달에 배치해서 ‘열두 달 친구들’ 작업을 하게 됐어요. 정말 관심이 많고 노력하시는 환경운동가분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환경을 위한 행동들을 늘려가려고 해요.



피피삡 시리즈 ©원원원




요즘 작가님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앞에서 말씀드린 ‘작은 역동성’은 원원원의 슬로건이자 최근 오픈을 앞두고 있는 원원원 굿즈샵의 스토어명이 될 예정이라 첫 제품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어요. 의뢰를 받아 작업하는 것과 다르게 개인적인 실험실처럼 생각하고 있고, 소소하게 제 숨겨진 자아를 보여주고 싶어요.


아직 스토어 오픈 전이지만 조금 소개해드리자면... 첫 제품이 될 피피삡 시리즈는 도너츠에 파묻혀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피피삡은 캐릭터들이 내는 소리로 초음파처럼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주파수이지만 어디에나 우리 주위에 있다는 컨셉이에요. 어린 시절의 케이크, 어린 시절의 불꽃놀이, 우리 주변의 작고 소소한 것들을 대표하는 존재로 다가가고 싶어요.


피피삡 시리즈 ©원원원




<2021.07.30의 터져버린 핑크> ©원원원

©원원원



앞으로 개인으로서나, 작가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표 디자인을 가진 잔뼈 굵은 40대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컬러나 독특한 영감을 얻기 위해 참고 자료로 언급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특정한 무언가로 정의되기보다는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가고 싶은 욕구가 있고, 정답을 빨리 찾고 싶지는 않아요. 개인적으로 제품 제작과 후가공에서 경험치가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고 다양한 작업을 시도할거에요.


또한 ‘작은 역동성’ 스토어 오픈을 앞두고 최근 제일 관심 있는 건 제 자신을 브랜딩 하는 일인데 점점 명확하게 정체성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소소하게 시작하는 스토어지만 점점 더 욕심을 부려서 규모가 큰 디자인 제품 브랜드가 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요. 인스타그램 작업 계정을 통해 작업을 보여준 지 얼마 안 되었고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는데, 작업하는 즐거움을 평생 잃지 않고 제 스타일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좋겠어요!




TMI PARTY 🤹‍♂️



TMI① - 작가님의 최애 인테리어 소품 ❤

아크릴 소재 화병과 탁자입니다!!! 아크릴의 반투명, 투명, 투명한 블루컬러, 매트한 블랙 등 다양한 느낌이 좋아요. 테두리만 진하게 그림자가 생기면서 컬러가 비치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채광이 좋은 공간에 이 아크릴 그림자만 있어도 인테리어가 다 된 기분이랍니다.




TMI② - 작가님의 완벽주의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났던 에피소드

학생 때 과 친구들에게 공장장이라고 불린 적이 있어요. 작업 욕심이 많고 더 잘하고 싶어서 밤샘 작업을 한 적이 많았거든요. 작업할 때 ‘오늘도 공장 돌아가냐’는 말을 들은 적이 많아요.


제가 요즘 완벽주의를 발휘하는 곳은 컬러에요. 미묘한 변화로도 분위기가 달라지고 특히 여러 색이 조합될 때는 명도와 색조에 더 예민해야 해요. 제작은 디지털보다 워낙 변수가 많아서 핸들링 하기 까다롭다고 느낄 때가 많지만 완벽주의 성향으로 예민하게 컨트롤해서 퀄리티가 잘 나올 때는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껴요. 어느 하나의 에피소드보다는 성향이기 때문에 전 인생에 걸쳐 단점보다 강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아요. 남들이 잘 못하는 꼼꼼한 작업에 나름 자신이 있는 편이에요.




TMI③ - 최근 가장 빠져 있는 취미 활동

하루에 하나씩 사부작사부작 양모 털(양모펠트)로 뿔이나 공 같은 간단한 덩어리들을 만들어요. 양모털의 폭신하고 뽀얀 컬러는 바라만 봐도 행복한 것 같아요.




TMI④ - 평소에 환경에 대해 관심이 많은 작가님의 소소한 실천은?

플라스틱을 볼 때마다 쓰레기를 새끼에게 먹이는 어미 새, 빨대가 박힌 바다거북이 떠올라 일회용품을 줄이게 됐어요. 플라스틱이나 유리를 재활용할 땐 꼭 꼼꼼히 씻어서 분리수거해요. 또한 제가 내는 굿즈의 포장재는 포장을 최소화하고, 내구성이 보장되는 내에서 최대한 생분해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교체하려고 해요. 몇 년 전만 해도 너무 비싸거나 다양한 제품이 없었는데 요즘 환경이 이슈가 되면서 썩는 비닐 택배 포장재도 나오고 선택지가 많아져서 좋다고 생각해요.




TMI⑤ - 작가님의 작품을 세 가지 해시태그로 표현한다면?

#프로사부작러 #작지만강한 #컬러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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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원원 작가의 더 많은 그림을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won_won_won_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