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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근, 낮게 흐르는 울림


©_byunyounggeun



Editor comment


구체적인 대사나 설명 없이도 어느새 먼 길을 떠나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림. 변영근 작가의 작품은 고요하고 느리게 마음속에 푸른빛을 스며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그는 일러스트와 그래픽 노블의 경계에서 우리가 너무도 빠르게 지나쳐왔던 장소를 다시 천천히 돌아보게 만들었고, 때로는 아주 멀리서 담아낸 정적인 전경을 통해 많은 감동을 주었다.


처음에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수식할 만한 몇 가지 단어들을 골라봤지만, ‘어떤 장르 안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그의 답변을 보고 곧 정형화된 단어들을 덜어내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물결처럼 자유롭게 흐르고 있다.


이번 early의 인터뷰에서는 그림처럼 자유롭고 솔직한 변영근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Interview



변영근


" 앞으로는 투명 수채화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작업들을 하고 싶어요.

수채화도 충분히 무게감 있는 작업으로 보이고 싶거든요."




작가와 작품



안녕하세요 변영근 작가님! 자유롭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작가 변영근입니다. 이전엔 여러 수식어를 붙였었는데 이제는 어떤 장르 안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에 평범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순간을 느리게 보려고 한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인상 깊어요. 이를 위해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노력하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많이 보려고 노력하죠. 이것저것 두리번 두리번거리면서 관찰하려고 하고요. 많은 사람들이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저는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재밌어요.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 것들을 찾아서 보다 보니 그 순간이 느려지는 게 아닐까 해요.

<낮게 흐르는> ©_byunyounggeun




작가님 작품 특유의 고요하고 청량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해요.정적인 요소들을 많이 그리긴 하지만, 실은 청량한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앞으로는 투명 수채화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작업들을 하고 싶어요. 수채화도 충분히 무게감 있는 작업으로 보이고 싶거든요. 청량한 느낌은 가벼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간 그렸던 시리즈들의 성격과 배경이 된 장소의 느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청량해졌나 봐요.





조금 오래 전의 작품이지만, 독립출판물 <달려가는 밤의 시간> 작업을 통해 작가님을 알게 되었어요. 당시에 참 인상 깊게 보았거든요. 해당 작업에 대해서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벌써 6년이 다 되어가는 작업물이네요. 그 작업은 <Dry and Glow>, <In the Crowd>, <Yellow and Indigo Border>, <Same Place: 가제>의 다섯 개의 시리즈 중 일부예요. 제가 기획한 가장 큰 프로젝트죠! 나중에 다 완성된다면 그때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Dry and Glow>©_byunyounggeun



<누구나 다 아는, 아무도 모르는>의 삽화가로 참여하셨어요. 이 작품과는 어떻게 함께 하셨나요?

옛날에 자주 가던 카페가 있었어요. 거기에서 작게 전시했었을 때 근처에 사시던 단골손님 ‘엣눈북스’ 대표님이 보시고는 제게 연락을 주셨던 거 같아요. 제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하하. 지금은 없어진 곳이지만, 그때는 작가들끼리 허구한 날 거기에 모여서 술 마시고 얘기하고 그랬거든요. 정말 재밌는 시간들이었어요.

<누구나 다 아는, 아무도 모르는> ©_byunyounggeun





작가의 가치관



작가님께서는 작가님의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특별히 없는 거 같아요. 똑같은 그림이라도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를 테니까요.


일러스트레이션과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만화의 경계를 추구하시는 것 같아요. 이런 형식을 추구하게 되신 배경이 궁금해요.

한창 그래픽 노블, 연속 예술(sequential art)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는 텀블러에 온통 그런 그림들을 그리는 사람들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그런 그림들을 판매해 주는 소형 출판사가 많이 생겨났었고요. 우리나라로 치면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그런 곳들이요.


텀블러에 올렸던 제 그림 하나가 엄청나게 인기가 많았었고 그때부터 그런 형식을 고수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앞서 자기소개처럼 어떤 장르 안에 갇히고 싶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마음이 가벼워졌죠.


<between winter and spring> ©_byunyounggeun




‘오늘의 디저트’를 제외하고는 작품에서 사람의 표정이나 구체적인 이목구비가 나오지 않아요.

이목구비를 그리면서 작품이 세련되기가 굉장히 힘든 거 같아요. 그러려면 캐릭터에 의존을 해야 되는데 저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젊은 사람인지 노인인지 애매하게 그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는 배경에 힘을 실어서 그리는데 캐릭터가 도드라지면 애써써 그린 배경엔 눈이 안 들어오고 캐릭터부터 눈에 들어오게 되더라구요. 제 그림은 배경 안에 어떤 인물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정도로 잘 조화롭게 보이길 원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유로워졌죠.




<오늘의 디저트> ©_byunyounggeun





작가의 성장



첫 개인전으로부터 8년이 지났어요. 그때와 지금 작품 활동을 하며 달라진 점이 있으실까요?

예전엔 그림만 잘 그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요, 지금은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해요. 둘 다 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낮게 흐르는> ©_byunyounggeun






굵직한 광고 일러스트 작업을 정말 많이 하셨는데, 외주 작업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음.. 예전과 비교해서 클라이언트 규모가 확 달라졌어요. 최근에 아주 큰 기업들에서 연락이 많이 왔는데요, 인스타그램을 해킹당한 뒤로 그 일들이 다 날아갔어요. 하하... (정말 안타깝네요...)


인스타그램이 해킹 당하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작업은 영국의 컬처 트립에서 그림 세장을 그리는 일이었는데요, 처음에 그림 가격에 놀랐고, 다음은 수정이 없어서 놀랐고, 마지막으로 엄청나게 간편한 전자결제정보 등록 때문에 놀랐어요. 환율이 올라서 입금된 금액을 보고 또 놀랐네요! 하하.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시리즈로 기획한 작품들을 모아서 책으로 내려고 해요. 이미 몇 군데서 연락이 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잠시 미뤄두었어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내는 게 목표입니다.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에 남고 싶나요?

글쎄요. 더 많이 살아보면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하네요.



TMI PARTY 🤹‍♂️



좋은 여행지를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아요. 다녀오셨던 곳 중 가장 좋았던 여행지를 공유해 주세요!

캄보디아 치팟. 제가 소개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가거나 하진 않을 테니 괜찮을 거 같아요. 거긴 에코빌리지라고 지정이 되어있어서, 포장된 도로도 없고 제대로 된 식당도 없어요.


은빛 초원 보기, 새 관람하기, 하이킹하기, 반딧불 보기, 가재 잡기, 코끼리 늪지대 가기 등등 프로그램들을 하면서 보낼 수 있어요. 언젠가 꼭 다시 가보고 싶어요.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가 어려워졌어요. 작가님께서는 여행 대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따로 하고 계신 취미활동이 있으신가요?

디저트를 먹으러 다닙니다. 전에는 전혀 안 좋아했었는데 담배를 끊은 뒤로부터는 단것에 대한 집착이 생겨나고 있는 거 같아요. 어디 디저트가 유명한지 열심히 검색해서 구글 맵이 저장된 디저트 가게로 가득 차 있어요.


작가님께서 가장 애정하는 작업물을 소개해 주세요.

<여름의 방향 2> 무슨 생각으로 그렸는지 잘 기억도 안 나고요. 어떻게 그렸는지 다시 생각해도 신기해요.


<여름의 방향 2> ©_byunyounggeun




작가님의 작품을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해 주세요!

누가 정해주시면 좋겠네요.




<낮게 흐르는> ©_byunyounggeun






#변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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