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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수, 펜으로 그리는 흑백의 세상

2월 22일 업데이트됨


카하나, 소설 <고요의 바다에서>에 수록된 삽화

카하나, 소설 <고요의 바다에서>에 수록된 삽화 ©문준수




Editor comment


흑과 백, 문준수 작가의 작품들은 두 색상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살아 움직인다. 언뜻 보면 그로테스크하기도, 어두운 분위기를 띄기도 하지만 한눈에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세밀한 묘사로 이루어져 자꾸만 눈길이 가고야 마는 작품들.


비현실적인 소재로 지면을 채워 내는 작가이다 보니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떻게 돌아올지 감히 예상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작가는 실제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으로 '영생'을 말했다. 역시 범상치 않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답변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솔직하게 얘기해 주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러 판타지나 스릴러에 어울릴 법한 괴이한 생물체들을 창작하고, 각각의 생물체에게 저마다의 스토리를 부여하며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작가의 세계 속 작품들은 작가의 바람대로 오늘 하루도 잘 '생존해내고' 있다. 생존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가지고 '꾸준히 이상하고 재밌는 작업'을 하는 문준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Interview



문준수


"누군가의 미적 취향 확립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

꾸준히 이상하고 재밌는 거 하는 작가로

기억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양쪽 다 엄청 거창하네요.

이 중에 뭐라도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요."




작가와 작품 이야기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준수라고 합니다. 주로 펜화를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 작업도 합니다. 가끔은 글도 쓰고요.




어떻게 일러스트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고등학생 때 페이스북 내에 미술,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그룹들이 한참 성행했는데, 거기에 그림을 올리다가 감사하게도 블랙펜이라는 펜화 작가 모임에 초대되어 함께 활동하게 되었어요. 그게 일러스트레이터에 가까워지게 된 가장 주요한 계기인 것 같아요.



흔들말 ©문준수



작가님의 작품은 한 눈에 보아도 세밀하고 꼼꼼해요. 실제 성격도 작품과 같이 세심한 편인가요?

다들 그렇겠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세심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둔한 면도 있습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예민한 편인 것 같아요.




펜화 작가로서 펜화의 매력을 소개해 주세요.

펜과 종이, 흑과 백이라는 단순함을 가지고 선의 길이, 굵기, 곡률, 겹치는 각도, 횟수 등에 따라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펜화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실수를 했을 때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집중력과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요. 사실 저는 다른 무엇보다도 준비가 간편하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펜 한 자루, 종이 한 장만 있으면 어디서든 바로 그릴 수 있으니까요.



사염 死染 ©문준수



작가님은 사람보다는 곤충, 갑각류, 포유류 또는 비현실적인 대상을 작품의 주 소재로 삼으시는 것 같아요. 작가님만의 작품 세계가 뚜렷해 보이는데, 어떻게 이런 세계관을 만들게 됐나요?

아주 어릴 때부터 이상한 것들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상한 것들을 접하며 좋아하게 되고 이를 통해 더 이상한 것들을 그리게 된 것 같습니다. 제게 무슨 선택지가 있었던게 아니라서… 재미를 따르다 그냥 자연스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아마 제가 좋아하는 이상한 것들을 만드신 분들도 저처럼 자연스레 이상한 것들을 좋아하게 되지 않으셨을까요?


Vital 3 ©문준수



작품 속에서 새로운 생물체를 창작하시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생물을 창작할 때 현실의 생물을 참고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일부러 피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역시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상징적인 요소로 사용하기 위해 참고하기도 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익숙하고 직관적으로 특정한 감각이나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해 참고하기도 합니다.


창작된 생물이 얼마나 생물처럼 느껴지는가, 그리고 지구 생물과 얼마나 비슷하게, 또는 다르게 보이는가에 따라서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기에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참고하여 사용합니다. 또한 저도 지구에 사는 생물이다 보니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내고자 할 때 지구 생물을 기반으로 생각하게 되네요.




작가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펜화라는 점인데요, 어떻게 펜화 작업을 주로 하게 되셨나요?

원래는 에칭 작업을 정말 좋아하는데, 현실적으로 판화를 하기가 쉽지 않아 펜을 선택한 면도 있어서, 판화의 세밀한 묘사를 펜에 어울리게 구현하고자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펜화를 시작하고 아주 처음에는 플러스 펜 종류를 사용했었고, 이후에는 라이너 펜도 써보다가 마루 펜을 거쳐서..



작업실의 파인 테크 펜들 ©문준수



지금은 파인 테크 펜을 쓰고 계시죠.

네. 지금은 파인 테크에 정착한 상태입니다.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마루 펜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작업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서 대안을 찾다 보니 파인 테크가 가장 손에 잘 맞더라고요.



MRKR_새풀 ©문준수



토치 작가님과 'MRKR' 프로젝트를 진행하시고 계신 것으로 알아요. 그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하게 되셨는지 알려주세요.

토치 작가님과는 학교에서 만나 함께 작업하게 되었어요. 그림을 너무 잘 그리셔서 열심히 좋아하고 있었는데, 협업하면 좋을 것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같이 하자고 졸랐습니다. 'MRKR'는 종이에 문양을 그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천천히 여러 가지 방향과 형식으로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괴이학회1, 괴이학회2

괴이학회 삽화 ©문준수

<괴이, 도시 - 에덴 아파트> <괴이, 도시 - 월영시>



'괴이학회'의 <기기묘묘>에서 삽화와 디자인 작업을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삽화 작업을 하시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알 수 있을까요?

'황금 가지'에서 만든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 짧은 소설과 그림을 올리면서 거기에 계시던 작가님들과 연이 닿았고, 감사하게도 제 그림을 좋아해 주셔서 '괴이학회'와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브릿G 프로필



작가님께서 브릿G에서 연재하신 소설은 작가님의 일러스트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요, 소설과 일러스트 작업을 동시에 병행하면 서로 간의 시너지 효과가 생기도 하나요?

제 머릿속에 있는 것을 더 상세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의 형태로만 표현 가능한 것들이 있고, 그림의 형태로만 표현 가능한 것들이 있으니까요.




군복무 중에는 소설책을 쓰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종교인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고 또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이것저것 만들어 왔는데요, 마침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쓴 단편 소설이 있어서 다른 단편들과 함께 엮어 조그만 책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담긴 단편들은 모두 가족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들이에요.




작가의 가치관


작품을 창작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작업의 목적에 따라 매번 다릅니다만, 크게 보았을 때 그 작업을 하기 전보다 반드시 나아진 점이 있어야 합니다. 재미를 위해 했다면 기분이 나아져야 하고, 발전을 위해 했다면 실력이 나아져야 하고, 돈을 위해 했다면 수입이 나아져야 하겠지요. 늘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가 없는 노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제게는 중요합니다.




살면서 했던 경험 중 지금 돌이켜 생각했을 때, 일러스트 작업을 하는 데에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냥… 어릴 때부터 이상한 것들을 많이 보고 자란 게 제일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평소보다행복한날을사나흘즈음보내다보면

어느순간아침에눈을뜨자마자창밖으로몸을던지고싶어지는때가온다 ©문준수



오랫동안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시면서 심적으로 힘들거나 불안했던 일은 없으셨나요?

늘 불안했고 지금도 불안합니다. 제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한 계획이나 꼭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그때그때의 흥미에 따라 단발성 작업을 주로 해와서, 앞으로는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계획을 세워 지금까지 한 것보다 훨씬 멋진 것들을 만들어내고 싶네요.




사람들이 문준수 작가님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나요? 당장 제가 가진 매일의 고민이 버거워 타인에게 남을 제 모습이나 기억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한 번 답해보겠습니다.

먼저 제가 꿈이 영생이라 "어떤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나요?"라는 질문이라면 "안 죽는 사람,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 유기체의 한계에서 벗어난 사람" 등이 좋을 것 같고, "어떤 '작가'로 기억했으면 좋겠나요?"라는 질문이라면 "누군가의 미적 취향 확립 과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 "꾸준히 이상하고 재밌는 거 하는 작가" 등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양쪽 다 엄청 거창하네요. 이 중에 뭐라도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요.




TMI PARTY🤹‍♂️



작가님의 그림은 판타지나 호러와 잘 어울리는데,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영화나 드라마, 책 등을 추천해주세요!

추천할 게 너무 많아 고민이네요. 영화는 포스터나 내용이 아무래도 수상쩍어 보이는 것들을 추천해 드리고, 책은 스티븐 킹의 단편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세심한 펜 작업을 계속 해내다 보면 눈이 침침할 것 같아요... 눈 관리는 따로 해주시나요?

부등시와 안구건조증이 있는데, 따로 관리하지는 않고 있네요. 기계 안구가 개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하.




주로 모노톤의 작업을 하시지만, 따로 좋아하는 색이 있으시다면 무엇일까요?

뻔하게도 검은색을 제일 좋아합니다. 옷이나 액세서리도 검은색밖에 없어요.




'브릿G'에 업로드된 작품들은 그림처럼 자세한 묘사가 특징이에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으시나봐요?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요새는 그렇게 많이 읽지 못하고 있네요.




작가님은 시간이 남으면 어떤 일을 하나요?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음악을 듣거나 공연 영상을 보고, 취미로 베이스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위에 말했던 대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이상한 것들을 찾아요.




실제로도 고어틱한 것들을 무서워하지 않으시나요? 공포영화는 혼자 볼 수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는 꽤 무서워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그렇지가 않네요. 마지막으로 무섭게 본 공포 영화가 <디 아이>와 <주온>이었어요. 어릴 때 어린이가 보면 안 되는 것들을 너무 많이 봐서 무뎌져 버린 것 같기도 하네요.





#문준수

#문준수_인스타그램 : mr_cric_ket

#문준수_블로그 : https://blog.naver.com/mjs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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